李대표, 야권연대 민주당 주도 못 박아 李 체제 방탄 둘러싼 갈등 계속될 듯
정연욱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그룹의 탄핵 공세는 거침이 없다. 한 장관은 실제 탄핵을 당했고 탄핵하겠다고 으름장 놓은 장관도 수두룩하다. 탄핵에 필요한 최소한의 헌법과 법률 위반 사실은 적시하지도 못한 채 ‘닥치고 탄핵’이다. 제1야당의 대여 공세라고 하니 탄핵 남발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엄두도 못 내는 분위기다. 박근혜 탄핵의 광장 정치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이젠 타깃이 윤석열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 친이재명 강경파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계엄을 선포할 것이니 단독 과반 의석으로 ‘계엄 저지선’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윤 대통령을 싫어하는 지지자들을 향한 호소라고 해도 계엄 운운 발언은 맥락도 없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뜬금없는 막말 공세의 이면엔 몇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핵심은 ‘반윤(反尹) 탄핵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3년 차를 평가하는 내년 총선을 앞둔 야당의 최대 무기는 정권 심판론일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을 향한 탄핵 공세는 적과 동지를 갈라쳐 전선을 명확히 하는 최상의 카드일 것이다. 적과 동지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 남게 되면 반윤 전선으로 뭉치자는 범야권 통합 요구는 더욱 거세질 거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과거엔 민주당이 통합 대상인 통진당에 ‘알짜’ 지역구까지 양보하면서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했다. 군소 야당이나 신당 세력의 입지를 살려주기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엔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웬만한 역풍을 감수하더라도 당 주도의 비례대표 공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범야권 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광폭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당권을 쥔 이 대표의 불안한 입지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대장동 사건 첫 재판에서 이 대표의 ‘분신’같은 최측근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검찰 추가 조사의 불똥이 다시 이 대표에게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할 민주당 친명 세력과 달리 당내 비명계나 제3지대 영역에서 움직이는 정치 세력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야권 통합 논의를 하더라도 자신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배경 아닐까.
얼마 전 이 대표를 만난 재야 원로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끝내 비례후보 공천을 고집한다면 1000표 정도에서 승부가 갈리게 될 수도권에 이 대표에게 반대하는 야권 후보가 대거 출마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반윤 탄핵연대’라는 범야권 통합 논의가 순항할지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