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이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신혼부부에게 양가 부모가 3억 원까지 증여할 때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상속·증여로 인한 세금 부담이 세계에서 제일 큰 한국의 세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 여야가 동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그제 통과시킨 세법 개정안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기업을 승계할 때 10%의 상속·증여세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한도를 120억 원까지 확대했다. 지금은 60억 원까지만 최저세율이 적용된다. 결혼 전후 2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부모, 조부모가 전세금 등을 줄 때 세금을 안 물리는 한도도 한 명당 1억5000만 원, 양가 합해 3억 원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자녀 1인당 10년간 5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가업승계, 신혼부부 상속·증여세 경감을 ‘부자 감세’란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 때문에 고령의 기업인들이 사업 물려주기를 포기하고 폐업을 택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 세율 구간을 300억 원까지 늘리자는 정부안보다 적지만, 기존의 갑절로 확대하는 데 합의한 이유다. 신혼부부 증여세 비과세 범위 확대 합의는 부모 지원 없이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은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비혼 출산’ 청년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는 내용을 추가해 합의했다.
각국이 상속·증여세를 없애거나 줄이는 건 재정에 큰 도움은 안 되는데 기업들의 존속을 위협하고, 세대 간 부(富)의 이전을 막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세제 개편은 그런 점에서 진일보했다. 다만 여야의 타협 과정에서 혁신의 강도가 떨어진 만큼 향후 더욱 과감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