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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전자, 유럽서 재생에너지 첫 직접 구매 추진

입력 | 2023-12-04 03:00:00

‘RE100’ 폴란드 공장 도입 방침
장기간 안정적 수급 가능하지만
불안정한 유럽 전기료가 변수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와의 전력거래계약(PPA) 체결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왔는데,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해외 사업장에서 PPA를 검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전기 가격이 불안정해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유럽 폴란드에 있는 삼성전자 브론키 공장은 조만간 재생에너지 PPA를 위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수요자(기업) 간 직접 거래를 의미한다.

삼성전자 폴란드 공장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전기량은 약 7500MWh(메가와트시)다. 세금 등을 제외한 한 달 평균 전기료는 27억∼3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이 PPA를 추진하는 건 RE100(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RE100에는 삼성을 비롯해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30여 곳이 가입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RE100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성의 주요 고객들도 제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RE10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노력이 미진하면 고객사나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왔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방식이다. 석탄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아도 REC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전력을 공급받으면서도 손쉽게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탄소저감 효과는 떨어진다.

반면, PPA는 안정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신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PPA 비율이 높다. 미국 애플은 PPA 비중이 전체 전기 사용량의 63%나 된다.

국내 기업들의 PPA 비율이 낮은 건, PPA를 해본 적이 거의 없고, REC 구매를 통해 손쉽게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유럽 지역의 전기료가 너무 높아 지금 PPA를 체결하면 고점에서 계약하는 것이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전기료가 전쟁 전보다 최대 8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간 약 1000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은 올해 초부터 PPA 구매를 검토했다. 그러나 전기료가 높고, 재생에너지 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아 PPA 추진이 더딘 상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