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 ‘뜨거운 경쟁’ 화이자 이어 애브비, 13조원에 ADC 개발 기업 이뮤노젠 인수 국내 기업들도 기술확보 속도전 삼바, 전용 생산시설 내년중 설립… 롯데도 美에 생산공장 증설 계획
‘56조 원, 30조 원.’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건이다. 두 계약 모두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관련됐다. ADC가 글로벌 제약 투자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ADC 시장 규모는 2029년 360억 달러(약 47조 원)로 전망된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애브비, 미국 머크(MSD)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세계 각국의 유망한 ADC 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DC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ADC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애브비가 인수한 이뮤노젠은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 승인을 받은 난소암 ADC 치료제 ‘엘라히어’의 개발사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엘라히어는 내년 약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2020년대 말에는 최대 20억 달러까지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비는 이번 인수에 대해 “종양 분야에서 애브비의 입지를 가속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대신 기술 도입을 택한 기업들도 있다. 머크(MSD)는 올해 10월 다이이치산쿄로부터 ADC 치료제 후보물질 3종을 최대 220억 달러(약 28조5800억 원)에 기술 도입했다. 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큰 기술이전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약물’(연매출 1조 원 이상의 치료제)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ADC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브비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자가면역질환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됐으며, MSD는 2028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유럽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두 의약품은 지난해 기준 각각 약 27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의 한 바이오 투자기업 관계자는 “많은 블록버스터 약물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큰 매출을 메울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