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코인 사기범, 피해제보 시작되자 두달간 브로커에 13억 집중 전달 로비자금 전달 경로 수사력 집중” 브로커 “6억, 7억은 안 받았다” 주장
‘검경 사건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코인 사기 피의자가 2020년 12월 말∼2021년 2월 말 주차장과 초밥집 등에서 한 번에 최대 5억 원씩 총 13억 원을 브로커에게 집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힌 FTB 코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올 것으로 예상되자 수사 무마를 위해 거액을 주고 매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품은 FTB 사건 피해자들이 경찰 등에 피해 사실을 제보하기 시작한 2020년 12월 말부터 집중적으로 전달됐다. FTB는 탁 씨가 2020년 발행한 코인으로, 탁 씨는 자신이 비트코인 1만 개(당시 시세 1300억 원 상당)를 갖고 있다면서 전자지갑을 보여주고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원금을 보전해 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이 전달된 시기는 FTB 사건 피해자 제보가 서울 강남경찰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등에 제보되기 시작했던 무렵이라고 한다. 탁 씨가 한 번에 수억 원을 주면서 FTB 사기 사건 무마에 총력을 기울인 것은 피해액이 서울과 충남 등을 중심으로 391억 원에 달하는 등 가장 많고 고소자 수도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탁 씨는 2020년 12월 9일 광주의 한 민속주점에서 1억 원을 성 씨에게 건네는 등 FTB 코인 사건 외에도 2020, 2021년 총 4억6900만 원을 인공지능(AI) 코인매매 프로그램 사기, 자동차 관련 코인 사기 등의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씨에게 전달된 자금이 실제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FTB 사기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경찰청 전 수사부장을 구속하고 전 금융범죄수사대 팀장을 입건한 상태다.
탁 씨는 거액의 로비자금을 건넬 때마다 성 씨 차량에 담긴 돈다발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성 씨는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17억6900만 원 중 6억, 7억 원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청탁 의혹에 연루된) 담당 팀장이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수사 상황과 관련 지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하면 직위 해제 등 인사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