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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내가 만난 名문장/이꽃님]

입력 | 2023-12-03 23:18:00


‘아무에게나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치욕이었다.’
―양귀자 ‘모순’ 중



이꽃님 아동청소년 문학가

주인공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술에 찌들어 폭력을 행사하고 가출을 일삼았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아버지를 나쁘다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버지를 말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며, “아무에게나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치욕이었다”라고 표현할 뿐이다. 이 얼마나 깊은 표현인가. 어릴 때부터 나는 나를 소개하는 일이 참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취향이 어떤지에 따라 나를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가 슬프게 만들기도 하는 노을은 무어라 단정 지어야 할까.

나는 수천 개의 길이 나 있는 작은 숲이다. 숲이 얼마나 작고 복잡한지, 때로는 왔던 길인지도 모르고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외치기도 한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새롭지 않은 길이라 여기기도 하며, 몇 번이나 오고 간 길에서 또다시 같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삶은 그 작고 복잡한 숲에서 매일같이 길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 알면,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을 존중한다면 결코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수십 개로 변하고, 그것이 당연하다. 변하지 않고 영원하기만 한 마음은 언제나 무섭다. 그런 마음이 세상을 환하게 만들 것 같지만, 사실은 훨씬 어렵고 고달프게 만들었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니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 이 세상은 어떻겠는가. 수많은 철학자, 역사학자, 과학자들이 학문에 매진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그 대단한 사람들도 하지 못한 걸 너무도 쉽게 여기는 이들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나는 또한 저 짧은 문장을 되뇌며 세상을 간단히 설명할 수 없듯, 하나의 삶을 간단히 여길 수 없듯 그렇게 글을 써야겠다 다짐한다.





이꽃님 아동청소년 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