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하〉 무너진 서민주택 시장 최근 3년 분기별 물량의 10분의 1 아파트-오피스텔 입주물량도 급감 서울 전체 신규주택 역대 최소 전망… 전셋값 상승속 매매가격 자극 우려
서울 강동구 천호동 A빌라(전용면적 38m²)에 전세로 살던 손모 씨(34)는 지난달 경기 하남시 B아파트(전용면적 59m²)에 전세로 이사했다. 올해 10월 A빌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3억 원이던 보증금을 2억5000만 원까지 내려주겠다며 재계약하자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그 대신 전세대출 8000만 원을 추가로 받아 보증금 4억 원인 아파트를 택했다. 그는 서울 마포구 회사로의 출퇴근도 왕복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었지만 마음만은 편해졌다. 그는 “전세금을 떼일지 모른단 걱정에 늘 불안했다”며 “이젠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에 따른 빌라 기피로 빌라 수요가 급감하며 서울의 빌라 입주 물량이 내년 1분기(1∼3월) 역대 최소인 약 400채 규모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1분기 서울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물량 역시 급감하면서 빌라 물량까지 합한 서울 전체 주택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치였던 2012년 1분기의 약 30%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주택 물량이 급감했던 당시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결국 매매가까지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내년 1분기 서울 빌라 입주 물량, 역대 최소 규모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최근 3년간 분기별 서울 빌라 준공 물량이 평균 4936채였음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 준공 예정 물량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 아파트-오피스텔까지 줄면서 역대 최소 주택 공급 전망
문제는 내년 1분기 서울 아파트와 오피스텔 입주 물량마저 급감하며 도심 전체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서울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입주 물량은 각각 2707채와 463채로 예상된다. 여기에 빌라까지 합하면 내년 1분기 서울 전체 주택(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입주 물량은 3586여 채로 곤두박질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의 신규 수주가 멈추면서 전체 주택 입주 물량이 역대 최소치로 급감했던 2012년 1분기(1만1447채)와 비교해도 31.3%에 그친다.
● “전셋값 상승 부추기며 매매가격까지 자극 우려”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내년 주택 입주 물량까지 급감하면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본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가 아파트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향후 매매 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것.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한동안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0.12%) 상승세로 바뀐 뒤 지난달 0.7%로 상승 폭을 키우는 등 7개월째 오름세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