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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주 20대 소방관의 희생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 것은…

입력 | 2023-12-04 00:00:00


제주도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화하던 20대 구급대원이 순직했다. 임성철 소방장(29)은 창고 인근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려고 창고에 진입했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를 피하지 못했다. 구급대원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화재 진압요원들과 함께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당한 참변이다.

올해 5년 차인 임 소방장은 대학교 응급구조학과에 들어갈 때부터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워온 청년이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 동아리에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소방 실습을 마친 뒤 쓴 언론 기고문에서는 “소방대원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고 벅찬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구조, 구급대원분들이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당찬 각오를 다졌던 그다. 동료들은 그를 “사고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친구”로 기억한다.

임 소방장은 오전 1시경 신고가 접수된 지 9분 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인명 대피 업무를 끝낸 뒤에는 소방 장비를 갖추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추가 지원할 인력과 시간이 모두 부족한 도심 외곽의 경우 구급대원도 화재 진압에 투입된다지만,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위험한 일에 부담이 없을 리 없다. 그런데도 두려움 없이 화마와 맞섰다.

임 소방장처럼 화재뿐 아니라 각종 사고와 재난 현장에서 우리를 대신해 사투를 벌이는 게 소방공무원들이다. 지난해 업무 도중 전신 화상 등의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소방공무원은 400명이 넘는다. 올해 3월에도 전북 김제시 화재 현장에 70대 노인을 구하러 들어갔던 30세 성공일 소방교가 순직했다. “고생했고 고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임 소방장을 향해 동료들은 묵묵히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꽃다운 20대 청년의 숭고한 희생이 연말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협소한 업무 범위를 따져가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말만 앞세울 뿐 마땅히 해야 할 본분조차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복 근무자들의 조용한 헌신을 소홀히 여긴 부분은 없는지도 묻게 만든다. 이런 자각과 각성이 한때의 부끄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 아름다운 청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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