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버거’ 탄생의 숨은 조력자 오귀석 인구정책실 팀장 인터뷰 전국 최대 주산지 지역 강점 살려… 맥도날드와 손잡고 대파버거 출시 한 달 만에 150만개 판매고 달성… “농산물 제값 받고 판매해 기뻐”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전남 진도군은 올 상반기 적극 행정을 펼친 우수협업팀과 우수공무원을 선발했다. 각 부서에서 추천한 적극 행정 우수사례를 1차 심사하고 직원 투표와 발표 등을 거쳐 선발했는데, 올해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진도 대파버거) 흥행의 주역이 대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농수산유통사업단 온라인판매지원팀이 우수협업팀으로 뽑혔고, 인구정책실 오귀석 팀장(50·6급·사진)이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됐다. 오 팀장은 진도 대파버거를 탄생시킨 숨은 조력자다. 먹거리 소비 흐름을 파악해 전국에 진도 농수산물의 품질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 팀장에게 전화와 서면을 통해 진도 대파버거 성공 비결과 농가 반응 등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맥도날드가 재출시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 제품인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한국맥도날드 제공
―출시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당시 직책이 기획홍보실 홍보팀장이었다. 진도 대파를 알리는 것도 홍보팀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봤다. 그런데 맥도날드 마케팅 담당자와 선이 닿지 않아 애를 태웠다.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을 통해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낸 뒤 ‘구애 작전’을 폈다. BGF리테일이 CU편의점을 통하여 진도 대파를 활용해 간편식 3종(김밥, 도시락, 핫도그)을 출시한 점을 알렸더니 관심을 가졌다. 진도 대파 요리를 촬영해 방영한 방송국 영상과 대파 우수성 등을 담은 자료를 수시로 챙겨서 보냈다. 열정에 감동했는지 본사에서 면담 일자를 잡아 줬다. 올 3월 첫 미팅 이후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는데….
“진도 대파버거는 으깬 감자와 얇게 썬 대파가 박힌 크림치즈로 속을 채운 크로켓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7월 대파버거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50만 개가 팔렸다. 재료 소진으로 8월 단종됐다가 소비자 요구에 따라 9월 21일 재출시됐다. 맥도날드는 이를 위해 올해만 100여 t에 이르는 진도 대파를 구매한다. 맥도날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대파버거는 진도 농가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진도 대파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기여했다. 또 기업의 가치 소비와 지역 농가 상생을 위한 로코노미의 모범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성과 덕분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각각 수상했다.”
―광고 촬영지인 고군면 향동마을은 어떤 곳인가.
―진도 대파버거 성공 이후 지역 분위기는….
“농민들이 ‘보배로운 섬’ 진도의 이미지와 진도 대파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 진도에서 생산되는 김, 전복, 울금, 구기자, 톳, 미역 등 특산품에 대한 신뢰도가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보람이 클 것 같다.
“로코노미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진도 대파버거 출시 이후 대파 크림 과자, 대파 치즈 베이글, 대파 베이컨 크림치즈, 대파 크림치즈 팝콘, 라면, 스틱, 호빵 등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농민들이 힘들게 생산한 특산품이 제값을 받고 판매되는 게 기쁘다.”
―대파버거를 정작 진도에서 먹을 수 없다는데….
“현재 진도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없다. 목포나 광주로 나가야 버거를 맛볼 수 있는 아쉬움이 있다. 풍미 가득한 대파버거의 본고장인 진도에서도 머지않아 맛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지역 언론인 생활을 하다 ‘면서기나 한번 해 보라’는 부모님 권유로 2007년 홍보전문경력관(9급)으로 채용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올 7월 인구정책실로 자리를 옮겨 투자유치 업무를 맡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을 발굴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발로 뛰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