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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대 멘티들 “전래동화 읽고 공예품 만들며 인생 나눠요”

입력 | 2023-12-05 03:00:00

문화예술위 멘토링 ‘인생나눔 교실’
‘인문 소양’ 멘토와 경험-지혜 나눠
“청년-취약계층으로 나눔확대 추진”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태희 멘토(왼쪽)와 50∼80대 연령대의 멘티들이 각자 만든 메시지 카드를 손에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저는 원래 뭐든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인생나눔교실’에 참여하면서 부담 없이 지도해주시는 멘토 선생님 덕분에 수업 때마다 자신감을 얻었어요.”

지난달 30일 인생나눔교실 마지막 수업이 열린 서울 마포구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원성주 씨(66)의 말이다. 원 씨는 올 3월부터 8개월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 중 ‘옛 이야기 속에서 지혜와 행복 찾기’ 수업에 참여했다. 이 수업은 김태희 강사(54)를 멘토로 10여 명의 노년층 여성이 다양한 전래동화 등을 읽은 뒤 작품 속 이야기와 관련된 공예품 등을 만드는 수업이다. 수업에선 가족과 잘 소통하는 법 등 삶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읽은 뒤 클레이(점토), 펠트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부채, 자개 손거울, 양말목 가방, 이름표 등을 완성했다.

주로 70, 80대인 멘티들은 한참 어린 멘토 강사에게 “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아이처럼 따랐다. 멘티 안용순 씨(82)는 “손이 느린 노인들의 속도에 맞춰 잘 이끌어주는 선생님 덕분에 많이 배웠다”며 “8개월간 수업을 들으며 동료 멘티들과도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인생 이야기 등을 나누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멘티 박영자 씨(83) 역시 “다같이 모여 책을 읽고 만들기도 하니 굳어 있던 두뇌 회전이 잘되는 느낌이다. 과거에 알던 전래동화 역시 새롭게 와 닿아 좋았다”며 “노인이 되면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공동생활을 통해 서로 인생의 지혜를 나눴다”며 활짝 웃었다. 이현숙 씨(81)는 “옛 이야기를 읽는 과정에서 현실의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수업’을 매개로 만난 멘토와 멘티지만 이들은 친구같은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복주머니를 만들어 멘티들에게 선물한 김 강사는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덕담을 건넸다. 남편이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멘티에겐 “아버님은 꼭 나으실 거다. 어머니도 힘내셔야 한다”고 응원하거나, 독한 감기로 지난번 수업에 빠졌던 멘티에겐 “건강 잘 챙기셔야 한다. 식사도 잘하셔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문예위에서 2015년부터 운영 중인 ‘찾아가는 인생나눔교실’ 사업은 인문적 소양을 갖춘 멘토가 멘티 그룹을 찾아가 다양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강원권, 호남권 등 전국 5개 권역에 주관기관을 선정해 권역별로 9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관별로 15∼20회 인문 멘토링을 진행한다. 문예위 관계자는 4일 “올해는 179명의 멘토가 선정돼 209개 기관에서 6000회 이상 인생나눔교실이 진행됐다”며 “앞으로도 청년·취약 계층의 인문 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세대간 갈등 해소와 개인 삶의 긍정적 변화 등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