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 눈덩이… 美-캐나다-유럽 “살림 팍팍해져” 내수 위축돼 기업 줄도산 우려도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1981년 이후 최대 폭을 보인 뒤 올해 10월 3.2%까지 하락했지만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후유증에 각국 가계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화 뉴시스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도 못 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제니퍼 홀 씨(46)는 금리 인상으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변동금리로 60만 캐나다달러(약 5억7961만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계약 당시 연 2.7%였던 금리는 올해 6월 7%대로 치솟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 그는 만기가 끝나기 전인 8월 연 5.8% 3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홀 씨는 “5년 전보다 월 상환액이 950캐나다달러(약 92만 원)나 불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전 같은 초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고금리로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모두가 고통받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 등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월급 40% 대출상환… 전세계 영끌족, 고금리 고통 시작에 불과”
〈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
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
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
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레가네스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만난 하비에르 레투에르타 씨(30)는 "물가가 2배는 올랐다고 느낀다. 주변에는 자녀 갖는 것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보아디야델몬테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아나 힐 씨(5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금리 시기에 대출 규모를 늘려 총액 30만 유로(약 4억2558만 원)를 변동금리 조건으로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늘어난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000유로(약 142만 원)를 넘지 않았던 월 상환액은 1460유로(약 207만 원)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단체 ADICAE엔 최근 힐 씨와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변경하거나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2개월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가 지난해 7월 초 0.961%에서 올해 12월 초 3.90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약 75%로 한국(58.4%)보다 높다.
● 고금리 직격탄 맞은 글로벌 ‘영끌족’
미국의 중산층도 고물가와 임차료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미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올봄 맨해튼 북단 ‘워싱턴하이츠’ 지역으로 이사했다.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월 1660달러(약 216만 원)였던 ‘할렘’ 지역 스튜디오(방이 없는 원룸) 월세가 2년 뒤 1970달러(약 257만 원)로 20% 가까이 뛰었다. 맥널티 씨는 기자와 만나 “현재 지역에선 방 2개 아파트를 월 2550달러(약 333만 원)에 구했다”며 “그나마 나는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외식 습관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엔 맨해튼 미드타운(시내 중심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 1인당 7∼15달러(약 9000∼2만 원)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20달러(약 2만∼3만 원) 수준에 팁이 20%가량 붙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 긴축 여파로 월세 부담도 상승
금리 상승의 영향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 영국 주택 임대료는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폭(5.3%)으로 올랐다. 영국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경민 씨(26)는 “주변에는 월세로 400파운드(약 66만 원)가 한 번에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긴축의 충격으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집을 산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고금리에 집을 사기도, 가족을 꾸리기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맥널티 씨는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고, 부부 중 한 명은 집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마드리드·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