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병변 내 3차 림프 구조 발견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로 병변 호전 확인
김종훈 교수는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통해 천포창 질환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김종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난치성 희귀질환인 ‘천포창’으로 특정 부위 만성 물집에 시달리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병원장 송영구) 피부과 김종훈 교수 연구팀은 천포창에서의 만성 물집 발생 메커니즘 및 국소 치료법의 효용성을 밝혀냈다. 해당 논문은 ‘임상 조사 저널’에 게재됐다.
천포창은 피부와 점막에 수포를 형성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정상적으로 외부 항원을 공격해야 할 항체가 점막과 피부를 외부 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면서 천포창의 수포를 유발한다. 전신에 나타나는 다수의 수포가 특징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80%에 이른다. 스테로이드 또는 리툭시맙을 사용해 치료한다.
연구팀은 만성 재발성 수포창 환자의 경우 피부 병변이 특정 부위에 고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물집을 발생시키는 특정 구조가 피부 병변 내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구조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더불어 국소 치료법으로도 이를 제거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천포창 환자에게서 치료가 되지 않는 만성 물집을 조사한 결과 연구팀은 병변 근처에 3차 림프구 구조(TLS)가 존재함과 이들 구조 내에 자가 항원 특이 B 세포와 CXCL13+CD4+T 세포가 다수 존재함을 확인했다. TLS는 건강한 조직에서는 형성되지 않으며 만성 염증 또는 암이 있는 곳에서만 형성돼 면역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면역체 공장’이다. 자가면역질환에서의 TLS는 결과적으로 외부 항원이 아닌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연구팀은 18명의 환자에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행한 결과 만성 병변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종훈 교수는 “오랫동안 낫지 않는 물집 병변으로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천포창 환자에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통해 질환을 완전 관해시킬 수 있다는 새롭고도 간단한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 연구”라며 “최근 암 치료에서 면역 항암제 예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3차 림프구 구조 형성에 관한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향후 종양 내 미세 환경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