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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받고 싶던 아들, 하늘의 별로”…제주 순직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입력 | 2023-12-05 11:16:00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제주특별자치도장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주택에 있는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불을 끄다가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붕괴되면서 잔해에 다쳐 순직했다. 2023.12.5/뉴스1

제주 창고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고(故) 임성철 소방장(29)의 영결식이 5일 오전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 추서, 옥조근정훈장 추서, 조전·영결사·조사·고별사 낭독, 헌화·분향, 조총 발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남화영 소방청장과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송재호·위성곤·오영환 국회의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전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추모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겠다”고 전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제주특별자치도장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주택에 있는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불을 끄다가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붕괴되면서 잔해에 다쳐 순직했다. 2023.12.5/뉴스1

장례위원장인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영결사에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투철한 사명감을 보여준 고인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꼼꼼하게 근무환경을 살피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오랜 친구인 장영웅 소방교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동료들을 대신해 조사를 읽었다.

그는 “뜨거운 화재현장에서 (네가) 우리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 너를,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한 너를 하늘은 왜 그리도 빨리 데려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그는 “아직도 네가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함들지만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 때 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갈 것”이라며 “그 곳에서 편하게 잠들기를 빈다”고 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로 돌아가는 장 소방교를 오랫동안 포옹하며 위로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제주특별자치도장 영결식에서 임 소방장 부모가 아들 영전에 인사하고 있다. 2023.12.5/뉴스1

고인의 아버지 임모씨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고 싶은 나의 아들에게”라는 말을 시작으로 고별사를 낭독하며 억눌러 온 슬픔을 토했다.

임씨는 “딸 같은 아들, 본 받고 싶은 아들, 나쁜 것만 아버지를 닮은 순수하고 착한 우리 아들에게 이제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게 됐다”고 흐느끼며 “나중에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겠지. 바람결에 네 목소리가 들리겠지. ‘아빠,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임씨는 이어 “아들의 희생이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됐으면 우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아들의 숨결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다”면서 하늘의 별이 된 아들의 영정 앞에 거수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영결식에 참석한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공무 국외출장에서 이날 귀국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항공 일정을 조정해 안장식에 참석하고 추도사로 고인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제주특별자치도장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주택에 있는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불을 끄다가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붕괴되면서 잔해에 다쳐 순직했다. 2023.12.5/뉴스1

고인은 지난 1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창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불이 난 창고 옆 주택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진압에 나섰다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고인은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이 되겠다는 포부로 2019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소방에 입문했고, 2021년 10월부터는 고향 제주에서 도민 안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