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PC그룹 계열사 피비파트너즈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손잡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노조원 탈퇴 공작을 공모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사측이 한국노총 산하 노조에 “민노총 명단 넘긴 것을 검찰에 숨겼다”고 말한 대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측과 공모한 한국노총 간부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SPC그룹 최고위층 차원의 개입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 한국노총에 넘어간 민노총-사측 비공개 합의서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최근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피비파트너즈노조) 전모 위원장이 사측과 공모해 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트 지회(화섬노조)를 공격하려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전 위원장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전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민노총과 합의한 합의서를 가져오라”고 지시하자 사측 윤모 상무가 “빨리 가져가겠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동아DB
검찰은 사측과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공모해 화섬노조 투쟁을 중단시키면서도 임원 징계 등 사측에 불리한 합의 내용을 무력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피비파트너즈노조는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을 흡수해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해 사측과 공모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 ‘윗선 개입 의혹’ 관련 증거 은폐 정황도
검찰은 사측과 피비파트너즈노조가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 명단을 수시로 주고받고, 수사 개시 직후 윗선 개입 의혹 관련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인 전모 피비파트너즈 노무팀장은 최근 검찰 조사 직후 전 위원장에 전화해 “검찰이 민노총 명단 어디까지 보고하냐 물어봐 정모 전무한테까지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라며 “내가 준 민노총 명단 잘 관리해야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섬노조는 매달 노조비 공제를 위해 사측에 노조원 명단을 제출하는데, 사측이 이를 전 위원장에게 넘긴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SPC 사옥.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