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서울시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 ‘A21번’ 운행을 시작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5일 0시 50분.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심야 A21번’ 버스에 오르며 교통카드를 태그하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겉보기에는 일반 시내버스와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는 달랐다. 운전석에 운전사가 앉아 있긴 했지만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출발할 때 뿐 아니라 주행 중에도 핸들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모두 버스 안팎에 설치된 카메라로 승객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혔다.
실내 좌석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은 형태로 배치돼 있었지만 모든 좌석에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었다. 버스 내부에는 전광판이 설치돼 속도를 알려줬고, 전방 외부 상황을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 화면도 실시간으로 재생됐다.
● “생각보다 안정적” VS “급정거 잦아 불안”
이날 기자가 탑승한 버스는 서울시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심야 자율주행 버스다. 서울시는 그 동안 청계천과 청와대, 여의도, 강남, 상암동 등 5곳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했지만 심야에 운행하는 건 처음이다.노선번호 ‘심야 A21번’ 버스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운전사와 특별안전요원이 동행했지만 70분 동안 운행하는 중 한 번도 주행에 개입하지 않았다. 승객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합정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신촌과 서대문, 종로3가를 지나 동대문역까지 향했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 ‘A21’번이 첫 운행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버스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운전기사 특별안전요원이 동행했으나 운행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뉴스1.
반면 버스가 횡단보도나 버스 정거장 앞에서 6, 7분에 한 번꼴로 급정거하는 걸 두고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김지훈 씨(28)는 “자율주행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아직 개선할 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교통 상황을 토대로 버스가 주행 가능한 상황인지 인공지능(AI)이 판단하는데 판단 속도가 늦어지면서 급정거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운행했던 자율주행 버스와 달리 심야버스에는 사람 등을 인식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가 추가로 설치됐다. 거리와 위치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센서도 11대 탑재됐는데 이는 일반 버스보다 2대 많은 것이다.
● 당분간 무료 운행…내년 상반기 유료화
심야 A21번 버스는 평일 매일 오후 11시 반~다음 날 오전 5시 10분 운행한다. 총 2대의 버스가 합정역~동대문역 9.8km를 순환하는 방식이다. 일반 시내버스처럼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타면 되며 입석은 금지된다. 당분간 무료로 운영하고 내년 상반기(1~6월) 중 노선 연장과 함께 유료화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율주행 버스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심야 기사 수급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청량리역까지 노선을 확대하고 버스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