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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이 최저가”… 소비자 -기업 윈윈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입력 | 2023-12-06 03:00:00

[트렌드 NOW]
빅데이터 활용해 물건값 수시로 바꿔… 아마존, 하루 250만 번 가격 변경
쿠팡도 벤치마킹… 가격추적 앱도 나와
롯데리아, 점포마다 할인율 다르게
경기 침체 맞아 ‘가격 마케팅’ 효과 커… 상한선 정하고, 정보취약층 배려해야



경쟁 상황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바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동적 가격)이 쿠팡 등 온라인 업체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업계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황을 맞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시간대별로 가격을 수시로 바꿔 매출을 늘리려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DB


1998년 코카콜라는 외부 기온에 따라 음료수 가격이 변동하는 자판기를 선보였다. 자판기에 외부 기온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아 날씨가 더운 날에는 평소보다 가격이 상승하고, 추운 날에는 가격이 하락하는 원리다. 수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회사의 예상과는 달리 당시 소비자들은 가격변동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이 자판기가 2023년 다시 출시된다면 결과가 바뀔까? 성공 여부를 떠나 일단 소비자의 반발은 1998년보다 덜할지도 모른다. 이는 소비자가 가진 정보의 양이 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 환경이 열악했던 20년 전 소비자는 변화하는 제품 가격을 바라보며 본인이 비싸게 구매했는지, 구매한 가격이 비싼지 싼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면 각종 정보로 무장한 요즘 소비자들은 시간을 투자하고 검색을 잘하면 남들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가격을 하나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수요, 원가, 마진, 경쟁 상황은 물론이고 날씨, 이벤트, 유행 등을 모두 고려해 가격을 탄력적으로 자주 바꾸는 판매방식을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동적 가격)’이라 부른다. 경제 교과서에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개념이 최근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의 발전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가장 잘 적용하고 있는 업종은 역시 온라인 유통산업이다. 미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하루에 상품 가격을 250만 번 바꾼다고 한다. 2012년부터 고객 수요, 제품 원가, 경쟁사, 가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가격을 끊임없이 변경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사인 쿠팡 역시 가격을 상시 변동한다. 최근에는 쿠팡의 가격 변동을 추적해 최저가를 알려주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출시됐다.

비행기나 호텔처럼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량을 신속하게 늘리기 어려운 산업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은 유효하다. 예컨대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야구장 티켓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6개에 불과했던 야구장 입장권 종류가 2023년 85개로 세분화된 것은 물론이고 경기마다 입장권 가격이 바뀐다. 보통 3000원 정도에 판매되는 외야 블록의 경우 가격이 싼 날은 1800원에 판매됐는데, 어떤 날에는 1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은 증가하고 수익률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은 기업이 수익성을 개선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올해 10월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업계 최초로 본사가 확보한 고객 빅데이터를 가맹점주와 공유해 각 매장 특성에 맞춘 자율적인 할인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운영 시스템을 개편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결정하면 가맹점주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해서 갈등이 잦았다. 반면 롯데리아가 새롭게 선보인 시스템에서는 각 점포가 매장별 분석 데이터를 참고해 핵심 고객군을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할인쿠폰 등을 발송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 올해 11월 편의점 GS25가 자사 앱 ‘우리동네GS’에 ‘마감할인’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하루 네 번 소비기한이 임박한 도시락이나 김밥 등을 최대 4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앱에서 ‘마감할인’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 수령 QR코드가 전송되고 매장에는 판매 알람이 울린다. 픽업 시간 만료 전까지 매장을 방문해 해당 QR코드를 제시한 후 준비된 상품을 수령하면 된다.

결국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성공 여부는 기업뿐만이 아닌 ‘소비자도 혜택으로 느낄 수 있는가’에 달렸다.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가격을 상한선 없이 마구 올린다면 소비자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보 검색이 취약한 소비자들이 남들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문제점도 제기될 수 있다. 현명한 가격정책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기, 소비자와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영리한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