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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군구 절반이 새벽배송 불가… 과잉 규제가 낳은 생활격차

입력 | 2023-12-06 00:00:00

전국 새벽배송 지도.


소비자가 온라인 유통업체의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지에 따라 유통 서비스의 질에 차이가 나는 ‘배송 디바이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새벽배송은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상품이 도착하는 서비스다. 대형마트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시간 외에는 주문 받은 상품을 배달할 수 없도록 유통 규제로 묶어놓은 게 주요 원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 분석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 4개 업체 중 한 곳도 서비스하지 않는 지역이 전국 250개 시군구의 절반인 123곳이었다. 4개 업체 모두 서비스하는 곳은 53개 지역이었는데, 대부분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였다. 1∼3개 업체인 지역은 74곳이었다. 이에 비해 강원도에서는 춘천, 강릉 등 주요 도시에서도 새벽배송을 하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긴 건 인구밀도가 낮고, 배달 거리가 긴 곳은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새벽배송 업체들이 배달망 확충을 꺼려서다. 이런 지역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유통망을 촘촘히 갖춘 대형마트 정도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매일 0시부터 오전 10시, 명절 연휴나 휴일, 월 2회 마트 휴무일에 상품을 배달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영업시간 외의 대형마트 배송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소도시, 격오지 주민이 손해를 보게 하는 관련 규제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20년 9월 심야시간 등에 대형마트의 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윤석열 정부도 ‘규제개혁 1호 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차이로 국회는 3년 넘게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 길 건너 다른 지자체에선 쉽게 이용하는 새벽, 휴일배송 서비스를 못 받는 이들의 소외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 특히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에 쇼핑의 노력과 시간을 절약해주는 새벽·휴일배송은 이젠 필수 서비스가 됐다. 청년층은 이런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에서 사는 걸 기피하기 때문에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 소비 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철 지난 규제는 서둘러 풀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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