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2〉 얼어붙은 각국 소비-자산시장
파리 대표적 상업지구 라데팡스… 고물가에 상권 무너지고 가격 폭락
中 왕징소호 1층 3곳중 1곳 꼴 폐점
글로벌 부동산기업 채무위기 ‘휘청’… “저금리 시기 유동성 잔치 청구서”

‘블랙 프라이데이’ 앞 텅 빈 佛 라데팡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의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레카트르탕에 입점한 한 남성복 매장에 재고 처리를 알리는 광고가 걸려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재고 정리합니다. 50% 할인에 2개 이상 품목 구입 시 10% 추가 할인.’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 쇼핑몰 레카트르탕. 쇼핑몰 중앙에 있는 남성복 매장 ‘카포랄’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가 붙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불과 나흘 앞두고 있었지만 점심 시간 ‘틈새 쇼핑’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홀로 지키고 있던 사장 발랭탕 장티 씨는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버틸 수가 없어서 한 달 뒤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객이 30%가량 줄었다.
쇼핑몰 곳곳에 재고 정리와 세일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 약 100곳 가운데 중앙 2곳을 포함해 총 12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여기저기 폐업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공실률은 지난해 15.7%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파리 시민과 관광객 등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도시의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 얼어붙은 소비…문 닫는 쇼핑몰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상업용 건물인 ‘왕징 소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타워1의 1층 매장은 3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았다. 올 3분기(7∼9월) 베이징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19.5%에 달한다. 왕징 소호의 편의점에 근무하는 점원은 “코로나19 때보다 오가는 사람이 늘었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간판 내린 美 위워크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 지역 옛 위워크 지점 현장.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부동산 위기, 유동성 잔치 청구서”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