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신건강 국정 어젠다로 해결” 대통령 직속委 내년 3월 발족 계획
정부가 앞으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질환 예방부터 상담, 입원치료, 재활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관리한다.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거나 퇴원 후 방치되는 ‘치료 절벽’ 문제, 서현역 흉기 난동과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 같은 정신질환 관련 범죄 등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자살률도 10년 내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정부는 국민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정신건강을 더 이상 개인 문제로 두지 않고 주요 국정 어젠다(의제)로 삼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과 치료,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지원체계를 재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내년 3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앞으로 정부는 고위험 환자가 퇴원하면 각 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 산하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이들을 ‘집중 관리군’으로 등록하고 매주 만나 상담한다. ‘낮 병동’ 등 재활치료 서비스도 늘린다.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고, 그 부담을 가족이 떠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본보 11월 28일자 A1·10면 참조) 때문이다.
중증 정신질환자 퇴원땐, 병원-지자체가 정보 공유해 추적 관찰
정부 “정신질환 통합관리”
위험 환자, 지자체 ‘집중 관리군’ 등록… 치료 중단땐 치료 명령-강제 입원
청년 정신건강검진 주기 10년→2년… ‘우울증 환자 30%’ 노인대책은 빠져
위험 환자, 지자체 ‘집중 관리군’ 등록… 치료 중단땐 치료 명령-강제 입원
청년 정신건강검진 주기 10년→2년… ‘우울증 환자 30%’ 노인대책은 빠져
● 위험한 정신질환자 정보, 병원-지자체 공유
정부는 치료가 시급한 정신질환자가 병상을 못 찾아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내년 1월부터 집중치료와 격리보호 의료수가를 95% 인상한다. 병원이 수지타산이 안 맞아 병상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정신응급 출동팀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응급입원 병상도 모든 시군구에 최소 1개씩 확보한다. 가용 병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플랫폼도 구축한다. 올 3월 대구에서는 외상과 정서적 어려움을 동반한 17세 여학생이 병상을 찾지 못해 숨졌다. 이 같은 응급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확충한다.
● 청년 대책 집중… 검진 강화, 상담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직장인은 회사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도 쉽게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학생, 청년, 직장인 대상 검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신질환은 대개 청년기에 발병하는데 방치돼 악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위험군’으로 선별된 사람은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 사업’에 따라 8차례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상은 내년 8만 명에서 2027년 50만 명까지 점차 확대한다. 4년간 총 7800억 원이 투입돼 10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었던 자살률을 10년 내 OECD 평균(10.6명)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 사법 입원제-노인 우울증 대책은 빠져
윤 대통령은 “선진국은 정신질환을 국가적인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한 지 이미 60년이 넘었다”며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도자의 의지’와 ‘정부의 실행력’ 중 하나가 갖춰졌으니, 앞으로 남은 건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입원을 명령하는 ‘사법입원제도’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 침해 논란, 법원 인력 부족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지속 치료를 위한 보상 강화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다.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퇴원 후 치료계획을 짜주는 병원 기반 사례 관리 사업은 지금도 수가가 낮아 병원 참여율이 10.1%에 불과하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노인 우울증 대책이 빠진 점도 문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