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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폰→방문→보복소음→불상사, 층간소음 사건 전형 패턴…“직접 대면 피해야”[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12-06 10:00:00


층간소음으로 인터폰을 주고 받다가 급기야는 윗집(혹은 옆집 아랫집)에 직접 찾아가 “좀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때는 대부분 정중한 태도입니다. 그래도 소음이 잦아들지 않으면 천장을 두드리거나 스피커로 보복 소음을 냅니다. 그래도 줄어들지 않으면 다시 찾아가 “너무 한다. 못 참겠다. 우리도 가만 있지 않겠다”고 화를 냅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치거나 명절 같은 때 특히 심해지는 날에 평소 감정이 폭발해 폭행 살인 등 대형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대형 사건 사고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직접 대면은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감정이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증거를 모아서 관리소 등 제3자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라고 권고합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청소기 자루로 천장 치니, 보복소음 낸다고 더 쿵쿵 쾅쾅…정신안정 치료 받고 있어

광주광역시의 신축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주부입니다. 저희 집과 위층의 악연은 작년 봄부터 시작돼 이제 1년 8개월이 되어 갑니다.

처음 시작은 인터폰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윗집 아이가 너무 심하게 뛰어서 몇 번이고 참다가 이대로는 더 심해질 것 같아 큰 마음먹고 위층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인터폰을 아이 아빠라는 사람이 받았습니다. “층간소음이 심하니 조금만 조심해주세”라고 부탁하니 아이 아빠가 막무가내로 짜증을 내며 “우리 집이라는 증거 있냐”며 “우리 집은 아니다”고 하더군요. 제가 다시 말하려고 하니 인터폰을 끊어버렸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황당스러워 저는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조금만 지켜보자고 해서 넘어갔습니다.

그 후 아이 뛰는 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제 남편도 어느 순간 너무 심하다고 느꼈는지 청소기 헤드에 담요를 덮어 천장을 몇 차례 쳤습니다. 잠시 위층의 소리가 조용해지더니, 2~3분 후에 갑자기 위층에서 쿵쾅하고 묵직한 뭔가로 바닥을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인터폰을 계속 해대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밤 8시만 되면 1시간에 몇 번씩(평균 10회 이상) 바닥을 내리찍고 있습니다. 이렇때 마다 남편과 저는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남편은 너희도 한번 느껴봐라는 심정으로 집 천장을 청소기와 막대기로 치고, 벽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광경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이 들어 지금은 심리안정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친정으로 피신을 자주 갑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다가 저는 남편을 설득하여 위층과 정중하게 대화를 하자고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딸기 한 상자를 사 들고 위층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위층 남편과 아이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뛰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른 새벽 또는 저녁에는 주의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복으로 소음을 낸 것은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하였습니다. 위층 이웃은 떨떠름해 보였지만, 그래도 인터폰으로 이야기했을 때 보다는 경청하길래 조금 안심하고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역시나 늦은 시간에 쿵쾅쿵쾅 뛰는 소리, 새벽부터 종종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시끄러워졌습니다. 우리 집도 아이가 있는 집이라 아이 키우면서 자제시키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거 충분히 알지만, 위층은 아예 주의도 주지 않는 것 같아 더 괘씸하고 화가 났습니다.

관리실에 민원을 넣었지만 위층은 달라지지 않아 관리소 직원들도 곤란한 상황임을 압니다.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 위층이 쿵쿵 거릴 때마다 여전히 담요 씌운 청소기로 천정을 치고 있지만 이럴 때마다 층간소음은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이렇게 천장을 치고 있는 저도 지치고 사실 무섭습니다. 피해는 우리 집이 보고 있는데, 왜 제가 더 겁을 먹고 있는지도 답답합니다.
얼마 전 새벽에는 위에서 쿵쿵쿵 바닥 치는 소리가 나서 새벽에 잠도 깨고 저희 아이도 일찍 깨는 바람에 아침부터 애먹은 날이 있습니다. 애가 너무 울어 속상하기도 하고, 남편이 올라가면 큰 사건이 발생할 것 같아, 위층에 올라가서 아침에 아기가 잠을 자니 조용하라고 조금 크게 화를 내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위층에서 대놓고 더 쿵쿵 걷고 물건 떨어트리는 소리를 냅니다. 이젠 온종일 시끄럽게 생활합니다. 저렇게 상식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건지 정말 답답합니다. 적반하장으로 보복소음을 내다니요. 당장 이사는 못가고 층간소음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천장과 벽을 치는 남편을 말릴 수도 없습니다. 이러다가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겁이 납니다.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과거 대전광역시에서 위층과 아래층 거주자가 층간소음을 서로 보복소음으로 대응하다가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상호 폭행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층간소음 대응은 보복소음으로 해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큰 사건사고로 연결되는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우선 위층과 직접 대면과 보복소음은 자제하시고, 대신 위층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녹음합니다. 주요 소음원과 피해시간대를 중심으로 현 상황을 간략하게 기록해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불편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아파트에 적합한 층간소음 운영규칙의 마련과 주 2회 정도의 정기적인 층간소음 주의방송을 요청하십시오. 정기적인 방송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우선은 층간소음이 가장 작은 방에서 취침하고 이러한 방법이 어렵다면 해당 방의 천장과 벽에 석고보드 시공을 추천합니다. 석고보드는 천장과 벽에서 3cm정도의 공간을 두고 시공하셔야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가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