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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심어도 감자 열린다… 매일유업이 고창에 농원 연 이유

입력 | 2023-12-06 15:02:00

상하농원 내 텃밭에서 재배되고 있는 베타배추의 모습. 베타배추는 김장체험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김치 재료가 된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서울에서부터 약 300km 떨어져 있는 전북 고창. 이곳은 ‘황토밭에 돌을 심어도 감자가 열린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만큼 비옥한 땅을 자랑한다. 비옥의 역사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 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세계 최대 규모로 군집, 당시 큰 공동체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농사짓기에 알맞은 지리와 지형, 토질이 형성돼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의미이며, ‘한반도 첫 수도’라 불리는 이유다.

매일유업도 비옥한 땅과 깨끗한 물, 해풍과 해양성 기후를 보유한 고창을 주목했다. ‘낙농보국(酪農報國)’이라는 창업주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 뜻을 이어 받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지역인 상하(上下)면에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조성했다.
짓다 놀다 먹다… 상하농원의 유기농 서클
‘짓다, 놀다, 먹다’를 테마로 하는 상하농원은 6차 산업형 테마공원이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축수산업)을 기반으로 2차 산업(가공, 판매)과 3차 산업(관광, 유통, 웨딩) 융합을 통해 1차 산업에 높은 부가가치를 더하는 모델을 말한다. 농가에게 소득 기반을 확보해 농업 안정성을 제고하고, 소비자에게는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관광까지 확대할 수 있어 농촌 소멸의 해결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상하농원은 고창군을 포함해 전북 지역 내 91개 농가 및 조합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농원 내 파머스마켓에는 협력 농부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상하농원은 6차 산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직접 생산한 농산물(1차 산업)을 잼, 빵, 장 등으로 가공(2차 산업)하고, 방문객이 직접 머물며 체험할 수 있는 고창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상하농원은 ‘오가닉 서클(Organic Circle)’ 구조 아래에서 운영된다. 상하농원 목초지의 건강한 풀을 먹고 자란 젖소들의 분뇨는 섬유질이 풍부해 유기농 퇴비를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 퇴비는 분뇨와 폴바셋 매장에서 버려지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혼합해 만들어진다. 발효를 거취면서 특유의 악취도 사라진 유기농 퇴비는 다시 고창의 붉은 황토와 만나 건강한 풀을 자라게 한다.

상하농원에는 △발효공방 △빵공방 △과일공방 △햄공방 △참기름공방 △치즈공방 등 총 6개 공방에서 다양한 가공품들이 생산된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러한 과정은 농산물 생산에도 적용된다. 유기농 퇴비를 활용해 기른 농산물들은 상하농원 내에서 운영되는 레스토랑의 식재료가 되거나 가공품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텃밭에서 재배된 배추나 무는 상하농원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김장체험에도 활용되며, △발효공방 △빵공방 △과일공방 △햄공방 △참기름공방 △치즈공방 등 총 6개 공방에서 다양한 가공품들이 생산된다.
직접 담그고 수확하고… 오감으로 느낀다

상하농원에서는 겨울철 김장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밭에서 김장에 사용할 무를 직접 캐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상하농원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코 체험활동이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맛도 보면서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는 김장체험이 진행된다. 고창에서 재배한 베타 배추와 무, 갓, 쪽파를 비롯해 고창산 천일염 등이 재료다. 특히 밭에서 김장에 사용할 무를 직접 캐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김장체험 이후에는 스마트팜에서 직접 딸기를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 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가오픈 상태로 운영을 진행하며, 11일부터 내년 5월 12일까지 정식으로 운영된다. 상하농원 딸기는 무농약으로 재배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또는 수확 후 진행되는 디저트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초코퐁듀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 이외 수확한 딸기는 집으로 가져가면 된다.

상하농원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5월 12일까지 스마트팜에서 직접 딸기를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정식 운영한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딸기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도 진행된다. 가오픈이 시작하는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는 딸기잼과 딸기피자를 만드는 수업이 운영된다. 추후에는 딸기케이크(2024년 1월 1일~2월 29일), 딸기빵(2024년 3월 1일~3월 31일) 만들기 수업이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6만평 규모 농원… 지역 상생 ‘성공 모델’로

상하농원에서는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매일유업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창군과 함께 상하농원에 370억 원을 투자했다. 2008년 첫 삽을 떴으며, 2016년 3만평 규모로 개장했다. 현재는 약 6만평(상하의 숲 1만6000평 포함)까지 부지를 늘렸다. 체험형 농장에 다목적 호텔(파머스빌리지), 글램핑, 스파 등 시설을 확충했으며, 산책을 위한 ‘상하의 숲’도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상하농원은 지역사회와 상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원 내 ‘파머스 마켓’에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유기농 농축산물을 판매하면서 상생 구조를 구축했다. 현재 고창군을 포함해 전북 지역 내 91개 농가 및 조합이 상하농원과 협력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내고 있다. 상하농원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및 지역기반으로 고용을 진행, 전체 임직원의 87%가 고창군 및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고창=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