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요소수 판매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진열되던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중국이 내년 연간 요소 수출량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2년 만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국이 해외 특정국에서 90% 이상 수입하는 393개 ‘절대의존 품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6개는 중국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급망이 중국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 자원을 무기화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산 부품·원료를 쓴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까지 맞물려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000만 달러 이상 수입된 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의 55%는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13%인 일본(51개), 9.4%인 미국(37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중국이 내년 1분기까지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요소의 경우, 한국이 수입하는 차량·산업용 요소의 92%가 중국산이다. 그보다 비중은 낮지만 반도체 주요 원자재인 불화수소, 네온, 제논 등의 중국산 수입 비중도 62∼81%이고, 전기차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도 86%나 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의 첨단 제품·기술 수출통제에 맞서 자신들이 장악한 광물자원의 글로벌 공급망을 옥죄기 시작했다. 첨단 반도체, 태양광 패널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조치가 8월에 시작됐고, 지난달부터 자국 기업이 희토류를 수출할 때 당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달 1일부터는 2차전지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국과 함께 ‘핵심광물 대화체’를 만들어 중국의 공급망 위협에 대처하기로 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원무기화에 취약한 한국으로선 공급망 안정을 위한 독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이 통제조치를 취한 뒤에야 허겁지겁 의도를 파악하는 자체 경보 시스템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