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71〉 거울 속 나에게
영화 ‘분노의 주먹’에서 제이크 라모타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을 드러낸다. MGM/UA 제공
영화학자 자크 오몽은 영화 속에서 얼굴이 가장 민감한 이미지의 영역이라고 설명한다(‘영화 속의 얼굴’). 한시에서도 얼굴은 민감한 소재로 그림, 거울, 물 등 얼굴을 응시할 수 있는 매개물을 통해 ‘나 자신이기도 한 타자’를 주목했다. 당나라 백거이도 자신의 얼굴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시인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1980년)에도 주인공이 거울을 보며 독백하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제이크 라모타는 왕년의 챔피언이었지만 승부 조작과 동생과의 의절 등 자신의 잘못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나이를 먹어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밤무대의 사회자로 산다. 주인공은 대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영화 ‘워터프런트’(1954년)의 대사를 외운다. 자신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영화 대사를 통해 자신의 지난 잘못을 질타하며 반성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