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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한 영웅들 잊지 않아야… 제복의 무게 알게 돼”

입력 | 2023-12-07 03:00:00

채널A ‘코끼리 사진관’ 오늘 첫 방송
한가인 진행, 제복 영웅들 사연 소개… “코끼리는 가족-친구 죽음 기억해
희생, 잠시 주목에 그치지 않았으면… 출연자 다양한 사연 사진에 담아
제복은 책임감이자 희생할 각오… ‘더 진지하게 살 걸’ 반성하게 돼”



7일 첫 방송 되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코끼리 사진관’(이하 코끼리 사진관)에서 MC 배성재와 사진작가 영배, 1회 출연자인 특전사 박형근·장인호 원사, MC 한가인(왼쪽부터)이 손하트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코끼리 사진관’은 제복 근무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채널A 제공


7일 오후 8시 10분 첫 방송 되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코끼리 사진관’(이하 코끼리 사진관)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 근무자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8부작으로 매주 목요일에 방영된다.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코끼리 사진관’의 MC를 맡은 한가인은 “제 아이가 제복 근무자가 되길 희망한다면 엄마로서 염려는 되겠지만 말리고 싶진 않다”며 “저보다 그릇이 크고 큰 뜻을 가진 사람이란 의미인데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배우 한가인(41)을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숨은 영웅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희생을 기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흔치 않기 때문에 ‘코끼리 사진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듣자마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가인과 함께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는 방송인 배성재(45)다. 배성재는 순발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두 MC는 때론 유쾌하게 때론 숙연하게 출연진의 속이야기를 끌어낸다.

‘코끼리 사진관’이란 프로그램 이름은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에서 따 왔다. 한가인은 “코끼리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동물이다. 우리 역시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큰 사건사고가 있을 때만 제복 근무자들의 희생이 잠시 주목받는 걸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첫 회 주인공은 특전사로서 수많은 사람을 구조했지만 가장 친한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박형근, 장인호 원사와 삼풍백화점 등 각종 붕괴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 특수구조대 양영안 소방경, 백승현 소방장이다. 이후에는 연쇄 살인마 정남규를 검거한 윤외출 전 경무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동료 6명을 잃은 이성촌 소방관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한가인은 “인터뷰하며 만난 제복 근무자 중 트라우마가 없는 분들이 없었다. 놀라운 점은 모두들 역경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꼽은 가장 인상 깊은 출연진은 지난해 1월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고 심정민 소령의 유가족이다. 사고 당시 심 소령은 기체의 엔진 이상을 감지했지만 민가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다가 순직했다.

그는 “어떤 심정으로 조종석에 앉아계셨을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심 소령이 항상 가족들에게 ‘탈출은 1∼2초면 할 수 있다’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친구들과 캠핑을 갔을 때 우연히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옆에 민가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란 이야기가 나왔대요. 그때 심 소령님이 마치 일주일 뒤 사고를 미리 내다본 것처럼 ‘희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릇이 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동료를 잃은 이성촌 소방관도 기억에 남는 출연자다. “친형제처럼 지내던 동료 6명을 직접 구조했는데, 구조 당시에는 6명 모두 따뜻했대요. 그래서 ‘살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한가인과 배성재가 제복 근무자들의 사연을 들은 뒤엔 군 시절 남수단 파병을 자원한 바 있는 사진작가 영배(32)가 출연자들을 사진에 담는다. 한가인은 “매번 출연진이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마다 여러 감정이 몰아친다”고 했다. 출연진 가운데 범죄 현장을 누비느라 약 30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어 본다는 경찰도 있었고, 구조 당시 입었던 피 묻은 군복을 꺼내는 특수부대원도 있었다. 사진 한 장에 각 출연진의 다양한 사연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특별한 순간으로 와 닿는다고 했다.

한가인은 촬영을 하면서 제복의 무게도 달리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제복을 입고 안 입고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에겐 제복이 곧 책임감이자 희생할 각오였다”며 “(출연진을 만나며) ‘삶을 더 진지하게 살걸’ 반성하고 의미 있는 일을 더 해보자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복 근무자들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