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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땐 독재 안해, 첫날만 빼고”… 트럼프 ‘정치보복’ 예고발언 논란

입력 | 2023-12-07 03:00:00

트럼프, 바이든정책 전면폐기 시사… 공화당 내 “재집권땐 독재로 갈 것”
바이든 “트럼프 이기게 둘 수 없어”
공화 헤일리, 트럼프 대항마 부상… 바이든과 가상 양자대결 4%P 앞서




“독재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재집권 첫날(Day one)만 제외하고….”

최근 재집권에 성공하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거듭 발언해 ‘정치 보복’ ‘독재’ 우려를 낳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폭스뉴스 앵커 숀 해니티와의 대담에서도 또 ‘독재’를 거론했다. 재선되면 취임 초 잠시 독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지지율 열세를 겪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도 자신들의 대선 출마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트럼프 독재론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은 물론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와의 대결에서도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 트럼프 “취임 첫날 독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첫 개최지인 중부 아이오와주에서 진행한 이날 대담에서 ‘보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첫날을 제외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국경을 폐쇄하고 석유를 시추할 것”이라며 “그 뒤에 나는 독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백지화 등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독재자라는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 3일 양일간 지지층에게 “바이든은 미 민주주의의 파괴자”라고도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자신을 비판하며 쓴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정부와 법을 무기로 이용해서 정적(政敵)을 치려고 한다”며 올 들어 자신을 상대로 이뤄진 4건의 형사 기소가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재선되면 해충처럼 미국에 살고 있는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 급진 좌파들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반격했다. 그는 고령,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논란에도 자신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은 이렇듯 공개적으로 독재를 언급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내가 출마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가 이기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케이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또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역대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며 대통령직이 독재로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 헤일리, 바이든에 4%포인트 앞서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를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밀기보다 최근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 중인 헤일리 전 대사를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바이든 재선’보다 ‘트럼프 재집권 방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 온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의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 지지 정당이 아닌 상대 정당의 후보에게 기부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여론조사회사 ‘해리스X’가 5일 발표한 내년 대선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 헤일리 전 대사는 41%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37%)을 4%포인트 차로 눌렀다.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40% 대 47%로 더 크게 뒤졌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 민주주의를 독재 체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의 재선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화당 지지층의 표를 분산시키기 위해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