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휴폐업땐 3번 이직 가능… “월급 올려달라” 해고 유도 태업 3일 출근하곤 “힘들다” 사라져 외국인 근로자 내년 16만5000명 입국… 열악한 처우개선 등 장기대책 필요
경남 김해시에서 영세 주물업체를 운영하던 김모 씨는 7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근한 지 3일 된 외국인 근로자가 “나는 여기서 일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음 날 잠적한 것. 김 씨는 “고용계약을 위한 수수료와 기숙사 비용 등의 손해를 본 건 물론이고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이후 김 씨는 기존 직원도 그만두면서 일손이 부족해 결국 10월에 폐업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 들여오기로 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입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이들을 관리할 대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월급 적고 힘들다고 “관둘래요”
● 불법 체류 증가…사고 위험 등 보호 대책도 필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액은 지난해 1223억 원으로, 매년 1000억 원을 넘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달 30일 경남 함안군의 한 주물공장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50대 근로자가 끊어진 크레인 체인에 맞아 숨졌다. 10월 경북 문경시의 폐기물 재활용 공장에선 30대 스리랑카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올해 6월까지 전체 산재 사망자(392명)의 10.7%가 외국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저숙련 근로자 숫자만 늘리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 인력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외국 인력 도입 인원과 업종을 급격히 늘리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숙련도를 쌓아 국내에서 오래 일하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