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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재활용법 찾은 스페이스X처럼… “韓만의 성공 공식 찾아라”

입력 | 2023-12-07 03:00:00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
루멜트 UCLA 명예교수… 가장 큰 어려움 ‘크럭스’ 돌파 집중을
쿠틸로브스키 딥엘 설립자… “어떤 비즈니스에 AI 쓸지 논의를”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에서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크럭스(Crux·암벽 등반 때 가장 어려운 구간)’를 넘는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포럼과 부대 행사로 열린 ‘동아럭셔리포럼’, ‘AI·빅데이터 포럼’에는 약 2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일론 머스크는 로켓을 재활용한다는 크럭스(가장 큰 어려움)에 집중해 로켓 발사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크럭스에 집중해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한 사례로 미국의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를 꼽았다.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페이스X 창업자 머스크는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방법에 골몰했다. 그는 어렸을 때 본 공상과학 영화처럼 로켓 엔진을 역분사해 다시 지구에 착륙시키는 방안을 떠올렸다. 그렇게 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 팰컨9는 1981년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발사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 “강점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하라”
루멜트 교수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중요하면서도 해결 가능한 문제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표현된 열정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성장 목표를 전략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일명 크럭스를 설정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상황 진단과 추진 방침, 일관된 행동으로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멜트 교수는 “전략 수립은 어려운 도전 과제를 찾고, 그것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져서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2018년 넷플릭스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DVD 우편배달업체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넷플릭스의 크럭스는 성장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디즈니 등 너도나도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넷플릭스의 강점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넷플릭스는 인도, 터키 등 인지도가 높은 현지 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식 성공 방식’으로 크럭스를 돌파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인은 신중하면서도 빠르다”며 “정확한 엔지니어링과 제조 역량을 효율적인 실행 역량과 효과적으로 결합해 한국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런 한국만의 강점이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데 유효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 AI, 정확성과 보안이 관건
같은 날 오후 세션에 온라인 연사로 참여한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DeepL) 최고경영자(CEO) 겸 설립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 과정에서 품질(정확성)과 보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데이터가 AI 훈련에 사용된다면 기밀 정보가 유출되는 등 보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딥엘은 외부 클라우드 제공 업체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서버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AI 산업에 관해 “한국은 기술 친화적인 국가로 AI 도입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AI 도입 여부를 넘어서 이제는 어떤 비즈니스에 어떤 종류의 AI 도구를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이날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재정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산자위 간사인 김성원 의원(국민의힘),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양기원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 박주형 신세계 대표, 강호성 CJ 대표, 조현민 한진 사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