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새벽에 울린 기상청의 재난경보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쳤을 겁니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 때문이었습니다. 경주에서는 2016년에도 규모 5.8의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2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문득 인류가 언제부터 지진을 측정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세계 최초로 후풍지동의(候風地動儀·이하 지동의)라는 지진 탐지기를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 후한 때 사람 장형(張衡·78∼139·사진)입니다. 학문이 높아 상서시랑과 태사령 등 고위 관직에 올랐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특이하게 우주와 과학에 관심을 보인 걸 보면 장형은 시대를 앞서간 사람으로 보입니다. ‘우주에는 공간과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던 그는, 지하에 있는 바람이 압력을 받아 터지면서 생기는 게 지진이라고 믿었습니다. 기기 이름에 ‘후풍(候風)’이라는 두 글자를 붙인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동의는 얼핏 보면 구리로 된 술 항아리와 비슷합니다. 지름 1.9m의 둥근 몸체에 여덟 마리의 용이 붙어 있고, 아래를 향한 용의 입에는 작은 구리 구슬이 물려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입을 벌린 개구리들이 있고, 내부 중앙에는 움직이는 기둥을 중심으로 8개의 지렛대를 두었습니다. 지진파가 전해지면 중심의 기둥이 진원지 방향으로 기울면서 그 방향의 지렛대를 밀어냅니다. 그러면 그 지렛대와 연결된 용이 구슬을 뱉어내게 됩니다. 용의 입에서 나온 구슬은 개구리 입으로 떨어지면서 소리를 냅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언제 어느 방향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지동의는 겉모습에 대한 묘사만 남아 있고 실물은 전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이 내부 구조를 추정해 모형을 복원했습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지진 발생 여부와 방향만 알 수 있는 지진 감지기 정도입니다만 후대의 모든 지진계가 ‘지진이 일어나면 무거운 추가 주변 지면보다 덜 흔들린다’는 기본 원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집니다. 하물며 오늘날에도 지진을 미리 알아내고 대비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인데 말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