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숙 씨가 경기 고양시 북한산에서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3년 전 노르딕워킹을 시작한 그는 73세에도 반듯한 자세에 건강한 체력으로 해발 836m의 험봉 백운대를 오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남 씨는 북한산에서 노르딕워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주연서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사무국장(51)의 지도를 받으며 몸이 새롭게 태어났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한 노르딕 스키는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폴을 사용해 걷기 때문에 자세가 좋아지고 전신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운동량도 배가 된다.
남 씨는 자세가 아주 반듯해졌다. 그는 “폴을 잡고 걸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펴진다. 가슴을 펴지 않으면 폴을 잘 사용할 수 없다. 폴로 지면을 압박하기 때문에 무게를 분산시켜 허리, 고관절, 무릎, 발목에 가는 부담도 덜어 준다”고 했다. 남 씨는 근육량도 늘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이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된다. 주 국장에 따르면 노르딕워킹으로 걸으면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어난다. 근육량이 늘면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돼 다이어트에도 좋다.
남 씨는 병원에서 심장 부정맥이 있다며 이런저런 약을 먹으라고 해 ‘이래선 안 되겠다’면서 시작한 게 등산이다. 약 대신 운동을 택한 것이다. 그때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란 책을 우연히 읽은 게 그를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살다 보니 가까운 대모산부터 올랐다. 그리고 구기동 쪽으로 북한산에 오르며 비봉 향로봉 문수봉 등을 올랐다. 경북여고 동창 15명과 함께 산행을 했다. 주당 3회 북한산을 올랐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친구들과 산을 함께 오르다 남 씨가 노르딕워킹에 빠진 사이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젠 계단도 못 오를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친구들이 있어요. 제가 함께 노르딕워킹을 하자고 했을 때 힘들다며 거부한 친구들이죠. 저는 강남을 탈출해 삼송으로 와서 북한산을 계속 올랐고, 그 친구들은 강남에 계속 살며 북한산 등반을 등한시한 결과죠. 그 친구들이 저를 보면 ‘넌 훨씬 젊어졌다’고 말해요. 친구들이 하나둘 약해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요.”
남 씨는 노르딕워킹 시니어반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대동하고 북한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는 “주로 원효봉(해발 510m)을 오르는데 어린 친구들이 백운대(해발 836m) 가자고 하면 백운대도 오른다”고 했다. 올봄엔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조카이산(2236m)도 거뜬히 올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