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 수사무마 청탁 혐의자 코인 투자 제안해 수억원 뜯어 전청조 사기행각 건물과 같아 법조계 “사기범들 호화호텔서 유혹”
시그니엘 서울.
‘검경 사건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 코인 사기 피의자 탁모 씨(44·수감 중)가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시그니엘 호텔 등으로 피해자들을 불러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그니엘 호텔은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씨(42)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 씨(27)가 사기 행각을 벌일 때 활용한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같은 건물에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탁 씨는 8억8551만 원 규모의 코인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탁 씨는 2019년 9월 시그니엘 호텔에서 피해자 A 씨를 만나 “아모코인 21억 개를 갖고 있다. 현재 가격이 개당 0.45원인데 가격을 띄우는 펌핑작업을 하면 2, 3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투자를 제안했다. 이에 속은 A 씨는 14회에 걸쳐 총 3억9264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탁 씨에게 전달했다.
탁 씨는 며칠 뒤 시그니엘 호텔에서 다른 피해자 B 씨를 만나 “아모재단 계열사를 인수하려는데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투자금의 4배를 지급하겠다”며 7587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탁 씨는 약속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자금이나 수단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탁 씨가 언급한 프로그램 개발팀과 AI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탁 씨는 2017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3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한 전과가 있다.
한 검사는 “과거엔 사기 피의자들이 피해자들을 현혹할 때 주로 사용하던 장소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였는데 최근엔 시그니엘이 대세가 됐다”며 “고급 레지던스, 7성급 호텔이라는 권위를 범죄자들이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