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전으로 전력관리 도마에 재정위기속 시설 불량사고 증가… 정전후 복구 시간도 갈수록 늘어 “전기료 정상화로 시설투자 나서야” 시민들 “정전 피해 보상” 민원 빗발
6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대형마트에 전등이 꺼져 있다. 이날 발생한 정전으로 15만5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 사고였다. 경상일보 제공
울산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전력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해 전력 인프라 투자 시기를 뒤로 미루고 비용을 절감하기로 한 상황에서 전력망 시설 노후화로 인한 대규모 정전이 갈수록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매년 느는 정전 사고
정전 후 복구에 걸린 시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호당 정전 시간은 9.1분으로 전년(8.9분)보다 길었고, 2018년(8.6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전 측은 “기존에 전기를 보내며 보수 작업을 하는 것에서, 송출을 중단하고 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정전이 늘었다”며 “정전 시간도 프랑스 49분, 미국 44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정부 재정을 통한 전력망 투자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송출하기 위해 한전은 송전선로를 1.6배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만 56조5000억 원에 이르지만 전기요금 동결과 그동안 쌓인 누적 적자로 인해 한전이 오롯이 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도로, 철도처럼 국가 재정을 송전망 개선에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정전 피해 보상 요구도 빗발쳐
전날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경제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증하는 증빙자료가 필요해 시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날 한전 울산지사에 따르면 정전이 발생한 6일 오후 3시 37분부터 경제적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 울산 남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A 씨(54)는 “정전 시간 동안 냉장고가 멈추고 전등이 꺼지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PC방을 운영하는 B 씨(40)는 “불경기에 30명이나 손님을 되돌려 보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면서 “한전이 자발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전 울산지사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 접수 신고가 수백 건에 이른다”면서 “최종 집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 과실이 입증되면 피해보상 금액은 정전 시간이 1시간 이내인 경우 전기요금의 3배, 1시간 초과 2시간 이내인 경우 5배, 2시간 초과인 경우 10배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전 보상금은 가구당 최대 2000∼3000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규모 정전으로 인하여 국민들께 심대한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고장 조사반을 가동해 향후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