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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씨 봉투에 100만원… 94세 할머니의 기부

입력 | 2023-12-08 03:00:00

“우리 손주들도 도움 받고 자라
부모님 없는 아이들에 써주길”
적십자 봉사관에 남기고 떠나



94세 할머니가 올해 10월 13일 서울 관악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남부봉사관에 현금 100만 원을 기부하며 남긴 흰색 봉투. 대한적십자사 제공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 주세요.”

올 10월 중순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남부봉사관 사무실에 백발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 같은 내용이 삐뚤빼뚤 적힌 봉투를 건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봉투 안에는 5만 원짜리 지폐 20장이 들어 있었다.

7일 대한적십자사는 10월 13일 94세 할머니가 적십자사 사무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할머니는 혼자 남부봉사관을 찾아 책임자인 봉사관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후 봉사관장을 만나자 현금 100만 원이 든 흰 봉투를 건넸다.

봉투 겉면에는 “우리 손자 손녀 4남매(가) 중고교 때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 기부금에 대해 “약소하다”며 자신의 신분에 대해선 “저는 94(세)”라고만 썼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기부금을 전달하고 바로 떠나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다”며 “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손주들이 지원을 받고 고마움에 기부금을 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