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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자 국어 371→64명, 수학 934→612명… 영어 1등급 7.8→4.7%

입력 | 2023-12-08 03:00:00

[역대급 불수능]
수능 개별 성적 오늘 전달
국어 상위권 점수차 작년보다 커져… 수학 1등급 2만2571명→1만7910명
수시 수능기준 미달, 정시 인원 늘듯… 현장선 “달라진 출제경향, 고3 불리”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3.11.17. 뉴스1

“킬러(초고난도) 문항은 사라졌다는데, 애들은 다 ‘킬(Kill)’ 됐어요.”

서울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를 기다리는 제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발표를 듣고 수능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던 학생들이 예상보다 어려웠던 시험에 좌절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개별 성적은 8일 전달된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어 만점(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지난해 371명에서 64명, 수학은 934명에서 612명으로 줄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에선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이 7.83%에서 4.71%로 급감했다.




● 지난해보다 국어 영향력 커져


올해 국어 영역 만점자 비율은 0.014%(64명)로,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2022학년도 0.006%(2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특히 1등급 학생의 점수 범위가 지난해엔 9점(126∼134점) 안에 조밀하게 분포했는데, 올해는 분포 범위가 18점(133∼150점)으로 넓어졌다. 최상위권에서 점수 차가 더 생겨 변별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정시에서 최상위권의 국어 영향력이 지난해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학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으로 지난해(145점)보다 3점 올랐다. 특히 1등급 학생이 지난해 2만2571명에서 1만7910명으로 4661명이나 줄었다. 수학도 1등급 안의 점수 분포가 지난해 13점에서 16점으로 넓어졌다. 올 9월 모의평가에서 만점자가 2520명이나 나오면서 변별력 논란이 생기자, 출제 당국이 이를 의식해 고난도 문항 배치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i의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에서 3문항이 정답률 10% 미만이었다.

영어 1등급 비율도 4%대로 떨어져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절대평가로 전환한 의미가 무색해졌다. 4%는 상대평가에서 1등급 기준이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선 7∼8%대를 영어의 적정 1등급 비율로 본다. 국어 수학 영어의 1등급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2만401명 줄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못 맞추는 학생이 많아져 정시 이월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영수 모두 어려워 졸업생 강세 심화”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출제 당국은 이전의 불수능과는 다르다고 자평했다. 앞서 2019학년도 수능에선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까지 올라 만점자가 148명에 그쳤다. 영어 1등급도 5.3%로 전년(10.03%)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당시 평가원장은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출제 당국의 분위기는 다르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당시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 등 공교육에서 준비할 수 없는 문항이 출제됐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문항이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출제 경향이 바뀐 뒤 첫 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성환 서울 대진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는 “의대 등 최상위권은 거의 졸업생이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국·수·영이 동시에 어려워 졸업생 강세가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어려운 수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킬러 문항 없이 난도를 높이는 방법을 출제 당국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은 이번 시험을 앞으로 전 영역이 어렵게 출제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올해도 문항별 정답률 비공개


교육부는 올해도 문항별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답률 공개가 학생들의 학습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게 교육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답률을 공개해야 학생들의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현재도 교육청이 출제하는 학력평가는 A(80% 이상)∼E(20% 미만) 단계로 정답률을 공개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항별 정답률을 알아야 다른 학생에 비해 내가 취약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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