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2024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 “킬러 배제”에도 불수능, 만점자 1명 국영수 체감난도 작년보다 높아… 영어 1등급 비율 7.8%→4.7% 만점자는 자연계 지망 졸업생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과 강태훈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채점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50점, 수학 148점으로 국어가 2점 높았다. 지난해는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수학이 11점 더 높았다.
특히 국어는 평이했던 지난해보다 체감 난도가 크게 올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2019년(150점)과 함께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생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웠다고 입시업계는 평가한다.
교육계에선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올 수능의 수험생 체감 난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수험생들은 이를 ‘쉬운 수능’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킬러 문항 못지않은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정답과 헷갈리는 선택지가 배치되자 당황한 수험생이 많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어렵다는 평가가 있지만 킬러 문항 배제만으로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 마련됐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에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에 그쳤다.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한 여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과학 2과목을 선택한 자연계열 지망생이다. 수능 만점자는 2014학년도 33명까지 나온 적도 있지만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는 1명, 지난해는 3명에 그쳤다.
수학 22번 문항 등 논란 여전
‘킬러 문항’ 정의 자체가 모호
일부선 “불수능에 사교육 심화”
‘킬러 문항’ 정의 자체가 모호
일부선 “불수능에 사교육 심화”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불수능’에 사교육 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4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 46개 문항 중 6개(13.04%) 문항이 고교 교과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된 것으로 판정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학 22번 문항의 경우 “함수부등식은 대학 교재에서 나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와 수험생도 “킬러 문항이 많은 불수능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힘들어 하면 킬러 문항”이라며 “킬러가 제거됐는데도 전국에서 국어 만점자가 64명밖에 안 나왔다면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얘기”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킬러 문항 유무보다 사교육 감소 효과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 주장대로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했더라도, 대통령이 6월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한 목적인 ‘사교육 의존도 낮추기’는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킬러 문항이 있었냐, 없었냐는 차치하고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 원칙을 만든 목적은 사교육비 경감인데, 수능이 어려워 학원 등록 문의는 예년보다 많다”고 전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