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닥나무로 만든 ‘선자지’… 수개월간 연구해 품질 재현 천년한지관서 20일까지 전시… 전통 부채 복원 과정 등 공개 “전주 한지 우수성 알릴 것”
전주천년한지관이 전통 방식으로 복원한 한지의 한 종류인 선자지를 이용해 만든 부채가 전시돼 있다. 한지관은 20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전주천년한지관 제공
전북 전주시는 한지의 본향이다. 1454년(단종 2년) 완성된 세종실록지리지 등 역사 문헌에 전주 한지는 ‘전라도에서 만들어지는 한지 중에서도 상품’이라고 기록돼 있다. 고려 때부터 왕실에 진상됐고 외교문서에 사용됐다.
전주시는 이런 전주 한지의 원형을 지키고 세계화를 이끌기 위해 2022년 국내 최대 규모의 제조시설을 갖춘 한지복합문화공간 ‘전주천년한지관’의 문을 열었다. 한지관에서는 한지 만들기, 후계자 양성, 한지에 대한 이론 교육은 물론이고 전통 한지 복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전주시는 한지 복원 등에 많은 공을 들여 온 한지관이 최근 조선시대 부채를 만들 때 사용한 한지의 한 종류인 선자지(扇子紙)를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전주에 있었던 전라감영에 한지를 만들던 지소(紙所)와 부채를 제작하고 관리하던 선자청(扇子廳)이 존재했던 점에 착안해 첫 번째 복원과 제품 균일화 과제로 선자지를 택했다.
한지관 연구팀은 전주에서 전통 방식으로 부채를 만드는 선자장(扇子匠) 4명으로부터 조선시대 부채에 사용된 선자지의 일부를 제공받아 물리·화학적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전주산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아 황촉규(닥풀)를 만들고 전통 방식인 외발뜨기(흘림 뜨기)로 한지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전통 한지 원료 처리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숙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접혔다가 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부채의 특성을 고려해 선자지 강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도 반복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부채를 만들 때 사용된 선자지 복원에 성공했고, 특정 원소가 많이 함유된 잿물을 사용하면 품질이 균일한 양질의 한지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재탄생한 선자지의 복원 과정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지관은 이번에 복원한 선자지 만드는 방법을 한지 제조업체에 공유해 균일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인미애 전주천년한지관 책임연구원은 “전통을 복원함과 동시에 만드는 사람에 따라 차이를 보이던 한지 특성을 균일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통 한지의 보전과 계승을 위해 선자지 외에 여러 한지를 복원해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