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나요? 3년 전 혼자 북한산을 오르는데 어떤 분이 ‘왜 이렇게 힘없이 걸으세요’ 하며 말을 걸어왔죠. 그때 그분이 노르딕워킹을 하면 자세도 좋아지고 건강해진다고 설명하기에 ‘알겠습니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고 한 뒤 바로 합류해 시작했죠.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노르딕워킹을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었어요.”
남문숙 씨가 경기 고양시 북한산에서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3년 전 노르딕워킹을 시작한 그는 73세에도 반듯한 자세에 건강한 체력으로 해발 836m의 험봉 북한산 백운대도 오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남 씨는 북한산에서 노르딕워킹 캠프를 운영하는 주연서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사무국장(51)을 만났고, 그의 지도를 받으며 몸이 새롭게 태어났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한 노르딕 스키는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확산하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때 반짝 인기를 끌다 시들해졌지만 최근 그 운동 효과에 다시 참여 인구가 늘고 있다.
남문숙 씨가 경기 고양시 북한산에서 반듯한 자세로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먼저 남 씨의 신체 자세가 반듯해졌다. 그는 “폴을 잡고 걸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펴진다. 가슴을 펴지 않으면 폴을 잘 사용할 수 없다. 폴로 지면을 압박하기 때문에 무게를 분산시켜 허리, 고관절, 무릎, 발목에 가는 부담도 덜어준다”고 했다. 남 씨는 근육량도 늘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된다. 주 국장에 따르면 노르딕워킹으로 걸으면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어난다. 근육량이 늘면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돼 다이어트에도 좋다.
남문숙 씨가 일본의 험산 조카이산(해발 2236m)에 올랐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제공.
“어느 날 구기동 쪽 북한산 와 보니까 너무 좋았죠. 강남 근처에 있는 산하고는 차원이 달랐어요. 경관도 수려하고 험하지만 천천히 오르면 운동도 잘 되고…. 그래서 그때부터 청담동 집에서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와서 산에 올랐죠. 제가 주도해 친구들을 모아서 함께 왔어요. 그러다 북한산성 쪽에 갔는데 거긴 더 기가 막히게 좋은 겁니다. 그래서 삼송으로 이사할 결심을 했습니다. 삼송에선 10분이면 북한산에 와요. 이사한 뒤 얼마 안 돼서 노르딕워킹을 만나게 된 겁니다.”
남문숙 씨가 일본의 험산 조카이산(해발 2236m)에 올랐다 눈 덮인 산길을 내려오고 있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제공.
노르딕워킹 효과를 보려면 최소 3개월 이상 해야 한다. 최소 하루 60~90분은 해야 한다. 그러면 자세 교정과 근육질 몸매, 다이어트 등 ‘일석삼조’ 효과가 나타난다. 주연서 국장은 “노르딕워킹을 한 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한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진다.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제대로 하면 3개월에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했다.
남문숙 씨가 일본의 험산 조카이산(해발 2236m)을 오르고 있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제공.
“폴은 잘 사용하면 어느 순간 어른들의 장난감이 될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 할 때 폴은 준비운동부터 본 운동, 정리운동까지 함께 합니다. 치매 및 우울증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폴을 밀 때 잠깐 폴을 놓았다 앞으로 잡아끌 때 다시 잡아야 합니다. 걸으면서 이 동작을 해야 하니 한 손으로 동그라미를, 다른 한 손으로 삼각형을 그리는 효과가 생깁니다.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남 씨는 노르딕워킹 시니어 반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대동하고 북한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는 “주로 원효봉(해발 510m)을 오르는데 어린 친구들이 백운대 가자고 하면 백운대(해발 836m)도 오른다”고 했다. 올봄엔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이며 험하기로 유명한 조카이산(2236m)도 거뜬히 올랐다.
남문숙 씨(오른쪽에서 세번 째)가 회원들과 일본의 험산 조카이산(해발 2236m)에 오르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제공.
“젊은 엄마들하고 산에 오를 때 기분이 좋아서 더 높은 데까지 가지고 할 때 저는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힘이 있다고 다 쓰면 나중에 힘들 수 있어요. 80% 정도만 쓰고 남겨서 돌아와야 기분도 좋습니다. 가끔 진짜 심든 백운대도 오르지만 쉬엄쉬엄 올라야 합니다.”
남 씨는 등산으로 건강하게 살다 손주들 키워 주면서 잠깐 체력이 떨어지고 허리 팔다리가 안 좋았지만 노르딕워킹을 하면서 자세와 체력이 좋아져 병원 근처에도 안 가면서 살고 있다. 그는 “늘 병원 신세 지는 친구들에게 노르딕워킹을 권하지만 70년 넘게 지켜온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1년에 한두 번씩 대구에 계신 99세 노모를 찾아갈 때면 동생들에게도 노르딕워킹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께서 ‘7남매 중에 네가 가장 약했는데 나이 드니 네가 가장 강해진 것 같다’며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북한산에서 노르딕워킹 클래스를 열고 있는 주연서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사무국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