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케리의 불행한 유년기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캐럴의 탄생 첫 회고록서 진솔한 이야기 풀어내 ◇머라이어 케리/머라이어 케리, 미카엘라 앤절라 데이비스 지음·허진 옮김/568쪽·3만 원·사람의집
12월을 대표하는 곡,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럴로 꼽히는 곡은 팝가수 머라이어 케리가 1994년 발매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당신뿐”이라는 이 달콤한 노랫말이 더없이 불행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곡을 부른 주인공이자 공동 작곡·작사가로도 참여한 케리는 첫 회고록인 이 책에서 “음악은 삶을 견디게 해줄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서로를 할퀴고 증오하는 가족사와 가난했던 과거사 등 외롭고 불안했던 ‘진짜’ 케리가 담겨 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한 건 아주 어릴 적부터였다. 그의 집은 혼돈으로 가득했다. 오빠와 아빠는 무자비하게 다퉜고, 경찰이 오는 일이 끊이질 않았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오빠와 언니보다 좀 더 밝은 피부색을 가졌단 이유로 심한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속삭이듯 노래하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숨죽인 채 부르는 노래는 나에게 들려주는 비밀스러운 자장가였다”고 말한다.
그가 이 시절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 바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거친 욕설이 오가는 집에서 두 눈을 감고 빌었던 그만의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 세상, 아늑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 이 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총 15장의 정규 앨범과 5번의 그래미상 수상, 19개의 빌보드 ‘핫100’ 1위 곡. 이 화려한 기록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뎌내며 살아온 그가 이뤄낸 놀라운 성취다. 그는 책 말미에서 “삶을 살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의 꿈을 지키라는 것”이라며 “아무리 불리하고 고장 난 상태라 하더라도 누구도 당신의 비전을 통제하거나 빼앗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