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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도시 격차 해소, 국제 협력-지식경제 구축해 풀어야”

입력 | 2023-12-09 01:40:00

코로나19로 대규모 인명 피해… 재난 상황서 도시 간 격차 극심
전염병-저출산-지역 불균형 등 역사-경제-지리학으로 해법 모색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이언 골딘, 톰 리-데블린 지음·김영선 옮김/320쪽·1만8800원·어크로스



기후 재난으로 물에 잠긴 인도의 한 도시.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의 저자들은 기후변화로 홍수 위험에 놓인 많은 도시가 방파제를 쌓고, 배수시설을 설치하지만 역부족인 상태라고 지적한다. 어크로스 제공


얼마 전 여당 대표가 갑자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온 나라가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름여 만에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원포인트 특별법안을 발의하자 구리, 과천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은 도시의 편입 요구가 이어진 것. 서울 인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편입 대신 아예 수도권 재편을 요구하고 나섰고,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인근 도시와 통합해야 살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갑자기 ‘메가시티’를 들고나온 배경과는 별개로 각 지자체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이대로 가면 소멸한다’는 위기감이 절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부총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경제학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이언 골딘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필진인 톰 리-데블린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도시에 대해 이런 의문을 던졌다. 도시는 왜 번영하고, 몰락할까.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그럼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전염병이 도시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에 대해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뉴욕의 퀸스는 인구밀도가 맨해튼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1인당 전염병 사망자(사망률)가 50% 더 많다. 런던과 파리 같은 도시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들의 가난한 지역 주민들은 대면이 필요한 서비스 직종에서 많이 일한다. … 도시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더 가혹한 것이 오랫동안 전염병의 특징이었다.”(8장 ‘어떤 도시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까’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예상도. 위부터 미국 마이애미, 뉴욕, 덴마크 코펜하겐, 중국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저자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때 도시는 물론이고 인류를 위협하는 적에서 탈락한 것처럼 보였던 전염병이 다시 당면한 문제가 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2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망자 상당수가 가난한 나라 또는 도시에서도 잘살지 못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도시’를 ‘인류’와 바꿔도 별 차이는 없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니까. 기후 재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도시의 비대화, 저출산, 원격 근무 같은 사이버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문제는 도시(특히 거대도시)에서 더 심각할 뿐 전 인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지역과 국가, 세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식 경제 중심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원한 답변 같지는 않지만 이런 거대 문제에 ‘뾰족한 답’이 있었다면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자들은 “쉬운 해결책이 있다고 우리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재치 있는 구호와 희망 사항은 진전에 방해될 뿐이다”라며 국가(도시)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우리의 경우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수도권(특히 서울) 편중 현상이라며 공기업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분산 정책을 쓰더니, 최근엔 주변 도시의 서울 편입이나 ‘메가시티’ 같은 광역 집중 정책이 떠오르고 있다. 뭐가 더 시급한 걸까. 역사학, 경제학과 지리학, 사회학, 도시공학 등 폭넓은 분야의 통찰을 알차게 담고 있는 책이다. 원제 ‘Age of the City’.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