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21대 국회가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됐던 징계안 총 53건 중에 이미 처리한 1건을 제외한 52건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52건 가운데 3건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직 제명’을 건의한 중대 사안이다. 코인 거래 김남국 의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윤미향 의원, 피감기관에서 가족회사가 수주(受注)한 박덕흠 의원으로, 이들 3명은 징계 없이 4년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3명 외에는 상대당 의원을 “쓰레기”로 부르는 식의 품격을 잃은 막말이 윤리특위에 다수 올라왔다. 각각 다른 이유로 3번 제소된 의원도 있었다. 여성 보좌관을 성추행하거나, 상대 대선 후보의 현금 수수설을 제기하면서 엉뚱한 돈다발 사진을 내놓은 의원도 이대로 임기를 마치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여야가 주고받은 징계 요구는 상궤를 벗어난 국회 모습 그대로다. 윤리특위는 전체회의를 9번만 열었다. 5개월에 1번꼴이다. 개점휴업과 뭐가 다른가. 52건 대부분은 보통의 공직자라면 빼놓지 않고 징계를 받았을 행동이다. 하지만 국회는 공직사회나 일반 회사라면 넘어갈 수 없는 일을 뭉개버렸다. 국회의 윤리 감각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것만 확인시켰다. 또한 법사위 의사진행 방해를 이유로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년 전 받았던 유일한 징계는 흐지부지됐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국회의 책임 방기가 명백하지만 나의 잘못이라고 책임감을 느끼는 정치인은 안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는 자성 발언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윤리특위에서 명망 있고 중립적인 외부 인사가 표결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국회는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니 우리 사회의 주요 기관 중 국회가 가장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와도 반박할 길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