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레드백’ 장갑차 호주 수출 2017년 호주 軍현대화 정보 입수… 2019년 후보 결정 한 달 앞 시제품 장갑차에 호주 독거미 이름 붙여… 전차강국 獨-美-英 제치고 계약 성사
지금까지 한국의 대형 방위산업품 수출은 K9 자주포, K2 전차, T50 계열 항공기 등 한국군이 이미 전력화해 성능을 인정받은 무기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호주에 수출하기로 한 장갑차 레드백은 기존에 없던 무기를 민간 업체 주도로 새로 만들어 선진 시장에 공급하는 첫 사례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한화가 호주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 도전을 처음 검토한 건 2017년이다. 당시 해외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던 한화는 호주 국방부의 군 현대화 사업인 ‘랜드400 3단계’가 곧 진행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 내부에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입찰 도전을 최종 결정했다.
한화와 함께 최종 경쟁 후보에 오른 독일의 라인메탈이 초반 승기를 잡자 한화는 과감한 ‘현지 생산’ 승부수를 던졌다. 결정 직후 실제 공장 건설 작업에 착수하는 등 투자 의지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호주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글로벌 방산 부품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한화는 그룹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시제품 장갑차 3대를 적시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생산과 납기 준수는 판세를 막판에 뒤집은 결정적 ‘한 방’이었다.
호주 현지 업체의 원자재 및 부품을 구매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주요 철강업체 비스앨로이로부터 레드백 생산에 필요한 철강을 공급받았고, 엘핀스톤·펜스케와는 각각 차체, 엔진 조립 등에서 협력했다.
레드백은 승무원 3명과 보병 8명 등 11명을 태울 수 있는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대전차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포탑’을 장착했고, 30mm 주포와 7.62mm 기관포가 탑재된다. 호주군 요구에 맞춰 첨단 전투기에 적용되는 360도 외부를 감시하는 장비와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고무궤도, 대전차 지뢰에도 견디는 특수 방호 기능 등 첨단 기술도 적용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의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