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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북송 동생 구해주세요” 유엔서 눈물 호소

입력 | 2023-12-09 01:40:00

탈북 여성, ICC 北인권토론 참석
“中에 팔려가 16세 출산 등 고초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김규리 씨(왼쪽)가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강제 북송된 동생 철옥 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김규리 씨가 최근 강제 북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생을 찾기 위해 국제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탈북 후 중국에서 거주하던 그의 동생 철옥 씨는 올 4월 영국으로 오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고 10월 9일경 북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는 7일(현지 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총회의 부대 행사 ‘북한 인권을 위한 창의적 책임 규명 경로 모색’ 토론회에서 “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달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사람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며 눈물을 지었다.

김 씨는 식량난으로 최대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숨진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탈북해 영국에 정착했다. 이후 서구 선진국에서 비교적 평탄한 삶을 보낸 그와 달리 철옥 씨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철옥 씨는 14세에 불과했던 1998년 ‘중국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브로커 말에 속아 탈북했다. 하지만 곧 북동부 지린성의 오지 농촌 마을로 팔려갔다. 이곳에서 30년 연상인 중국 남성과 결혼했고 16세에 딸을 낳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

김 씨는 “2019년 동생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며 당장 영국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그러지 못했고 올 4월 태국을 통해 영국으로 입국하려던 시도는 중국 공안에 의해 좌절됐다고 토로했다. 조카인 철옥 씨 딸과의 통화에서 동생의 강제 북송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와 남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아직 북한에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납북자, 국군포로 등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이런 사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거듭된 유엔 결의에도 북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책임 규명에는 진전이 없다”며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러시아 등도 비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