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금주 이재용·최태원과 네덜란드 순방…‘반도체 세일즈’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7/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1~15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 ‘반도체 대화체’를 신설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동맹’으로 구축하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ASML을 방문해 대(對)한국 투자를 끌어내는 ‘세일즈 외교’에 매진할 전망이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1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한국 정상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1961년 수교 후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 반도체, 방위산업, 원전, 첨단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공식 일정 첫날인 12일(현지시간) 예정된 ASML사(社)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빌렘 알렌산더 네덜란드 국왕으로부터 공식 환영식과 친교 오찬을 가진 뒤, 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벨트호벤에 소재한 ASML 본사를 방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도 동행할 예정이다.

ASML은 극자외선(EUV)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광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슈퍼을(乙)’로도 불린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다수의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도 동행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다자외교 무대를 계기로 ASML에 수차례 ‘러브콜’을 보내왔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의 두 차례 만남 등을 통해 ASML의 한국 공장 투자를 반복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베닝크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둘러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13일) 뤼터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갖는데, 이 자리에서도 반도체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회담 후 양국 간 ‘반도체 대화체’ 신설 및 공동사업 발굴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네덜란드 첨단 장비와 한국의 첨단 제조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가치 사슬의 상호보완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며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한 ‘반도체 대화체’ 신설, 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두 정상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심화할 예정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국방·방산 고위급 교류와 방산기업간 협력 촉진 방안을 물색하고, 양국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채널도 강화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 대화체’를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퀀텀(양자역학), 인공지능(AI), 스마트농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또 유럽 물동량 50%를 처리하는 네덜란드와의 ‘물류 협력’, 미래 세대의 교류·협력 기반 확대를 위해 한·네덜란드 워킹홀리데이 참여 인원 확대 방안도 협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빌뉴스 시내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7.11/뉴스1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대한독립사의 역사적 장소인 헤이그 빈넨호프 리더잘(기사의 전당)을 방문한다. 리더잘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장소로, 당시 고종은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만국 평화회의에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방문하려는 일정을 짰지만,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 의미를 고려해 역사적 상징성과 의미가 있는 리더잘을 찾기로 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 밖에도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하는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반도체, 무탄소에너지,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 및 기관 간 첨단산업·기술 협력, 원전 협력 등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