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권 2인자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을 비롯해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간부인 현직 각료와 고위 당직자 등 5명을 전원 교체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자민당 비자금 의혹이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사로 정권 위기를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체 대상은 마쓰노 장관 및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髙木毅) 당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당 참의원 간사장 등이다. 아베파는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 후 1년 넘게 후임 회장을 뽑지 못한 채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됐다. 2000년대 들어 총리 4명을 배출한 자민당 중추 세력인 아베파는 정치권은 물론 일본 사회 전반의 보수 강경 흐름을 주도해왔다.
자민당 비자금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 간부가 적게는 100만 엔, 많게는 1000만 엔 이상 비자금을 챙긴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아베파 의원이 수십 명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해 할당액 이상 모금한 의원에게 초과분을 돌려줘 비자금으로 쓰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