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수원시 광교의 한 소아과 건물 복도에 진료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8시경부터 접수 신청을 하기 위해 부모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독자 제공
“새벽 3시 반경 소아과 문 앞에 도착했는데 2명이나 저보다 먼저 왔더라고요.”
전남 광양시에 사는 정서영 씨(33)는 9일 오전 3시경 집에서 나와 30분가량 차를 몰고 순천시의 한 소아과 병원에 도착했다. 100일된 둘째 아들이 고열에 기침이 심한 상황에서 번호표를 미리 받기 위해서였다. 정 씨는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얘기를 많이 들어 미리 온 것”이라며 “오전 6시 반경 병원에서 번호표를 나눠줄 때는 제 뒤에 37명이나 더 있었다”고 했다. 진료를 시작한 오전 9시가 되자 대기 인원은 60명을 넘어섰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놓고 “일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몰리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을 닫는 동네 소아과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인플루엔자(독감)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감염병이 급속하게 유행하면서 일선에선 이미 소아과 대란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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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최근 의사들 사이에서 소아과 인기가 줄면서 당분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상반기(1~6월)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4개 진료과목 중 지원율이 가장 낮았다. 이른바 ‘빅5(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병원 중 3곳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임현택 대한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현재 소아과 수가 1만5000원은 일본 7만 원, 미국 29만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며 “수가 현실화뿐만 아니라 민형사 책임에서 의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의료사고특례법 등도 적극 검토해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