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새로 태어날 아이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은 합계출산율이 0.25명 감소할 때 국내총생산(GDP)이 0.9%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최근 출산율 추이를 살펴보면 합계출산율 0.25명은 신생아 10만 명에 해당한다. 또한 2022년 기준 GDP의 0.9%는 약 19조4000억 원이다. 따라서 출생아 수가 10만 명 감소하면 미래 GDP가 매년 19조4000억 원씩 줄어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값을 출생아 한 명에 대해 계산하면 1억9000만 원이다. 태어난 아이가 생산 연령(15∼64세)에 이르러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출생아 한 명이 가져올 미래 GDP 증대 효과는 97억 원이다. 여기에 4.5%의 사회적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출생아 한 명의 GDP 증대 효과의 현재 가치는 21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금 출생아가 한 명 줄어들 때마다 국가 경제 가치가 21억 원씩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이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정책 현안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저출산 대응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만큼 의미 있는 값도 없다. 그런데 위 수치는 아이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 추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키워갈 생각과 재능은 국가 미래의 잠재력과 혁신 기반이 될 것이고, 아이는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는 주체로서 가족과 공동체 가치의 자산이다. 이런 비정형적인 가치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분명 경제적 가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기에 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민들도 저출산 예산이 과도하다고 생각할까?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5%는 저출산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원 확보를 위해 42.3%는 정부 재정 확대를 하고, 27.5%는 기존 복지 재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요구에 맞춰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에 예산을 더 투입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합계출산율 평균 수준인 1.59로 회복한다고 가정하면, 출생아 수는 지금보다 30만 명 늘어야 한다. 30만 명의 아이가 가져올 미래 GDP 증대 효과의 현재 가치는 620조 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정부가 20조 원을 투자해서 이런 성공을 거둔다면 투자수익률은 30배에 달한다. 욕심을 낮춰 20조 원을 투자해서 1만 명의 아이만 늘어도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출생아 수는 작년 대비 2만 명 이상 감소해 미래 GDP가 최소 40조 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에게는 공허한 숫자로 인식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숫자다. 저출산 문제는 결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정부 정책과 투자 정도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홍석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