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급감 시대 군의 해법은
그러나 한 해 입영하는 현역병이 2020년 23만6146명에서 지난해 18만6201명으로 크게 줄면서 신교대 별도 운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육군은 신교대 임무 해제 배경을 두고 “육군은 병역 자원 감소와 첨단 과학기술을 고려한 군 구조 혁신 차원에서 미래 육군 병력 구조를 설계해 왔다”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야전 신교대 임무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 현실이 된 ‘병역 자원 절벽’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는 이미 현실이 됐다. 현역병 자원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20대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3000명대였지만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급감하며 ‘1차 절벽’을 맞닥뜨렸다. 이 규모는 2035년까지 증감을 거듭하며 22만5000명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35년 22만7000명인 20세 남성은 2040년 13만50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역 자원 2차 절벽도 10여 년이 지나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간부 규모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향후 10년간은 기존 50만 명 대비 3만 명 안팎이 모자라는 수준이라 현역 판정률(지난해 기준 83.8%)을 높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인원을 어떻게든 채울 수는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2030년대 중반 이후인데, 그야말로 상비병력 규모가 크게 쪼그라드는 수준이어서 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등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 쏟아지는 병력 감축 대안
이에 국방부는 복무 기간 연장을 제외한 각종 대안을 내놓고 있다. 올해 3월 국방부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보고 자료를 통해 비전투 분야인 교육, 행정 등을 중심으로 군무원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군무원 정원을 지난해 4만5000명에서 2027년 4만700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여군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군 당국은 여군 비율을 지난해 9%에서 2027년 15.3%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군을 확대하려면 하사, 소위 등 초급 간부에 대한 처우를 혁신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학사장교의 경우 2018년 경쟁률이 4.4 대 1이었지만 지난해 1.5 대 1로 급락했다. 육군 발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여군을 그저 빈자리를 채워 줄 병력으로 봐선 안 된다. 초급 간부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 개선이 있어야 여군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초급 간부를 선발할 때 장기, 단기로 나눌 것이 아니라 전체 다 장기로 뽑는 등 직업 안정성을 높여야 간부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10일 최전방 감시초소(GP) 등 경계부대 소위의 기본급 및 수당 등을 모두 합한 총소득 기준 연봉을 올해 3856만 원에서 2027년 4990만 원으로 약 30%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3∼2027 군인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간부 임용 상한 연령을 소위 기준 27세에서 29세로 높이는 것도 줄어드는 병사를 상쇄하기 위한 간부 확보 대안이다.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 대체복무 배정 인원을 매년 9000명 수준에서 2026년 7800명으로 줄이는 것도 국방부의 병력 수급 대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금메달을 딴 축구대표팀 등에 적용돼 논란이 된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의 경우 현재 86명 정도로 규모는 매우 적지만 병력 수급 비상 상황과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도 장기적으로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50만 대군 미련을 버려라”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로의 군 구조 전환은 줄어든 병력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 중 단골이다. 앞서 3월 국방부는 ‘국방혁신4.0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병역 자원 감소 등 국방 환경 변화에 대비해 AI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부족한 병력 충원을 위해 시민권 취득 혜택을 주며 운용한 외국인 모병 프로그램이나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을 도입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접근도 군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론된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시민권만 받고 실제로 전쟁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등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PMC 인력의 경우 실제 전투 임무를 수행할 경우 교전수칙 위반 문제나 고비용 저효율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엄격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전쟁 양상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는 미래 전장에 가장 적정한 상비병력 규모부터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은 국군 상비병력 규모 목표를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정한 이후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50만 대군’에 대한 미련부터 확실히 버려야 대안도 나온다는 지적이다.
김상배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장은 “어차피 50만 명은 앞으로는 어떻게 해도 채우기 어려운 규모”라며 “적정 병력이 몇 명인지부터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부족한 부분을 채울 다양한 방식이 보다 현실적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