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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폭력의 세상, 문학으로 삶을 긍정하려는 의지 돋보여”

입력 | 2023-12-11 03:00:00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작년보다 367편 많은 7337편 응모… 중편엔 해외가 배경인 작품 늘고
단편엔 동식물 등 비인간 소재 눈길… 시나리오, OTT 영향 호흡 길어져
91편 본심에… 당선자 이달 말 통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7일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열렸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주제와 장르가 넓어졌다. 깊이 있는 문학성과 철학적 통찰을 파고들어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삶의 고난과 거친 풍파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그럼에도 일상에 집중하고, 시선을 외부로 넓히며 삶을 긍정하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7일 열린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얼어붙은 경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도 문학이 삶을 밝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올해 9개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총 7337편이다. 문학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응모작은 지난해(6970편)보다 367편 늘었다. 부문별으로는 중편소설 290편과 단편소설 687편, 시 5301편, 시조 580편, 희곡 62편, 동화 305편, 시나리오 66편, 문학평론 17편, 영화평론 29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손홍규 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 김금희 손보미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서효인 오은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였다.

중편소설 응모작은 소재가 풍부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해외로 배경을 넓힌 작품이 많았다. 공상과학(SF), 판타지,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정한아 소설가는 “배달기사 등 비정규직의 애환을 다룬 작품도 있었다. 경제 불황 때문인지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시각이 일부 있었다”고 했다. 손홍규 소설가는 “단편소설의 문학적 미학을 품으면서도 장편소설의 서사성을 품은 작품을 본심 후보로 올렸다”고 했다.

단편소설에선 ‘비인간’의 존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식물을 다룬 작품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김성중 소설가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교류를 다루는 건 ‘나와 너’보단 ‘나의 세계’를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보미 소설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더라도 새로 만난 사람보단 가족, 회사 동료 등 익숙한 관계를 다뤘다”고 했다. 김금희 소설가는 “선생님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 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시 부문에선 삶을 긍정하는 시각이 돋보였다. 오은 시인은 “화초에 물을 주는 등 일상적인 삶 속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아내는 시가 많았다”고 했다. 서효인 시인은 “코로나19가 끝나서인지 고립을 토로하는 시가 사라졌다. 삶을 감각으로 느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이 드러났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2시간 내외의 영화보단 OTT 시리즈, 드라마에서 6부작 이상의 긴 호흡으로 풀어내면 좋을 얘깃거리가 많았다”고 했다. 정윤수 영화감독은 “일제강점기, 제주 4·3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시대가 해결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물이 돋보였다. 고령화, 세대·젠더 갈등처럼 현안을 다룬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0편(10명) △단편소설 13편(13명) △시 60편(12명) △시나리오 8편(8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소개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