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0곡’ 연주 영화 27일 개봉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고인의 검버섯 핀 얼굴과 지휘하는 듯한 손짓, 가시처럼 마른 손을 찬찬히 담았다. 엣나인필름 제공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의 야윈 등이 보인다. 올해 3월 작고한 일본의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남긴 103분간의 작별 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를 담았다.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영화 음악, 마지막 정규 앨범 ‘12’ 수록곡까지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곡들로 채웠다. 생의 끝을 직감한 그가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9월 8일부터 15일까지 총 8일간 촬영했다. 고인이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이라 생각했던 NHK 509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3곡 정도를 2, 3번씩 촬영했다.
곡 ‘lack of love’를 시작으로 모두 20곡이 연주된다. 고독한 느낌의 ‘solitude’, 밝은 분위기의 ‘ichimei-small happiness’, 애수에 찬 ‘the last emperor’로 이어진다. 고인이 직접 선곡하고 편곡한 곡들로, 깜깜한 어둠에서 새벽과 낮을 지나 다시 밤으로 가는 하루의 시간을 표현했다고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