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고기와 캥거루 고기가 올라간 피자. 텔레그래프 X(트위터) 캡처
이탈리아의 한 농업단체가 자국의 식품박람회에서 뱀과 귀뚜라미 등이 토핑으로 올라간 피자를 선보였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업 협회인 콜디레티(coldiretti)는 최근 나폴리에서 열린 식품 박람회에서 ‘공포의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피자들을 소개했다.
협회는 해당 행사에 대해 “이탈리아의 국민 피자에 가해진 모욕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 피자 위에 파인애플 같은 이색적인 재료가 올라가는 것에도 분노를 표한다.
베트남과 태국의 경우 귀뚜라미와 대마초를 얹은 피자를 선보였고 포르투갈은 대구 요리 바칼라우를, 네덜란드는 피자와 케밥을 섞은 음식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협회가 선정한 ‘경악스러운 피자’는 지난달 홍콩 피자헛의 신메뉴로 공개된 뱀고기 토핑 피자였다. 피자헛은 미국의 프랜차이즈 업체지만 홍콩에서 신메뉴로 잘게 자른 뱀고기와 목이버섯, 중국 전통 건조 햄 등을 올리고 토마토소스 대신 전복 소스를 발라 완성한 피자를 선보였다.
당시 피자헛 홍콩은 메뉴 개발을 위해 128년간 운영된 뱀고기 전문점인 ‘서웡펀(蛇王芬)’과 협력했다고 한다. 토핑 재료들은 모두 홍콩과 중국 남부 지방에서 겨울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인 ‘뱀탕’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콜디레티 측은 이같은 피자들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인들을 몸서리치게 할 만큼 다양한 변주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들은 ‘이탈리아 음식’이라 판매하는 모방식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탈리아 모방식품이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이탈리아 모방식품 시장은 연간 약 1200억유로(약 170조 5000억 원)으로, 이탈리아 식품·음료 수출액의 2배 수준이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