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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주당 지도부, 친명 ‘자객출마’ 김우영에 ‘주의’ 조치

입력 | 2023-12-11 17:10:00

강원도당위원장 김우영, ‘서울 은평을’ 도전장 논란
고민정 등 친문 지도부 “부적절해” 주의 조치
김우영, 출마 기자회견 하루 전 연기
당내 “총선 공천 계파 갈등 서막”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강릉시장 후보가 21일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5.21/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친명(친이재명)계로, 은평을은 같은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이자 비명(비이재명)계인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다. 지도부의 경고에 김 위원장은 12일로 예정됐던 강원도당위원장직 사퇴 및 출마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연기했다.

11일 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에 따르면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김 위원장의 은평을 지역구 출마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고위는 논의 끝에 지도부 차원에서 김 위원장에게 “도당위원장직을 버리고 타 지역구에 출마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주의’ 조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총선 때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경선에서 탈락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강릉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강원도당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은평을 출마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명계 출마예정자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지역위원장도 아닌 선거 조직을 관리하는 핵심 인력인 ‘도당위원장’이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도당위원장을 버리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최고위 회의에서 나왔다”며 “이를 당 지도부가 방치하면 향후 다른 지역위원장들도 당직에 대한 책임감 없이 사익을 위해 쉬워 보이는 지역구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친명, 비명을 떠나서 김 위원장의 은평 출마가 선거 유불리 차원에서 옳지 못하다는 데 최고위원 다수가 공감했다”며 “이런 우려를 김 위원장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관련 논의 당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도부의 주의 조치를 받고 당초 12일 열 계획이었던 ‘도당위원장 사퇴 및 은평을 출마’ 기자회견을 이날 연기했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행정 절차 때문에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주의 조치에 대해선 “여러 방면에서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도 “출마를 전면 재검토하기보단 일정을 재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친명계의 ‘자객공천’을 둘러싼 당 내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에서 “김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은평을은 현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라며 “당대표와 개딸 표심을 등에 업고 현역 지역구에 자객출마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역을 위해 무슨 봉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최고위에서도 친문(친문재인)계에 속하는 고민정 최고위원이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가장 세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에서 “강원도를 책임지고 있는 최전방 장수가 강원도를 버리고 이미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은평을 출마를 끝내 강행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한 수도권 지역 비명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사실상 지도부의 주의 조치에도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가 친명이라는 이유로 봐주지 말고 좀 더 센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